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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환경생태체험 문학교실`을 다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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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해은
댓글 0건 조회 5,585회 작성일 04-07-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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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와 낡은 가방


  “지리산 환경생태체험 문학교실”
산청문인협회가 산청군 일원에서 주최한 자연과 함께 한 문학의 자리이며
지리산의 정신인 남명의 사상을 더듬어 보고 환경과 생태를 체험하는 마당이었다. 

  지리산 중산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지리산이 보이는 덕산(德山)으로 가고 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의 마을 이름인 덕산이란 지명은 행정 지명은 아니다. 
이 곳 사람들은 덕산이라고 말한다.
덕천강이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고 멀리 천왕봉이 장엄하고도 우뚝 솟은 모습으로 한눈에 들어 온다.

  나는 이 곳 덕천서원(德川書院)에서  할배가 가지고 다니던 낡은 가방을 떠올려 본다.
할배의 낡은 가방 덕분에 남명을 알게 된지도 이십여 년이다.
겨우 언문해독 수준인 할배의 가방에는 한문(漢文) 투인 남명에 대한 책자를 보물인양 천원짜리 지폐 몇장과 함께 나왔다. 그래서인지 기웃 기웃 남명에 관한 글을 보게 된지도 어언 이십여 년이다.

 젊은 시절 독서를 하다가 평생에 나아갈 큰 깨달음을 얻게된다. 
나아가고 물러서는 때를 알게되고  안으로는 경(敬)을 다듬고 밖으로는 의(義)로써 맺어
실천에 옮기는 처사의 길을 가게 된다.

 60이 넘은 몸을 이끌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덕산의 산천제(山天齊)로 들어오면서
천공해활(天空海闊)한 남명의 기개는 덕천강가에서 적은 시 한수에 잘 나타난다.

請看千石鐘 非大叩無聲
萬古天王峰 天鳴山不鳴
청컨대 천 석 종을 보시오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고
만고의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네

  하늘이 울어도 끄덕 하지 않는 정신세계를 표현하였다.
김해의 산해(山海)와 덕산의 산천(山天)에서 바다와 하늘의 기개로 세상을 끝까지 직시하면서
그 해결책을 손수 마당에서 빗자루를 쓸면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일가를 이루었다. 
한국 사상사의 한 물줄기를 이룬 실천철학이다.

 문학 체험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이다.
진주 남강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조심스레 1박 2일의 지리산을 되돌아 본다.  이제 남명의 사후 50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상의 모습은 디지털의 시대이다.
디지털은 `0과1`로 표현하기에 너무 빠르다.  빠르지만 여유가 없다. 

여유와 정이 메말라 가는 시대에
`지리산 환경생태체험 문학교실`에서 민족의 영고성쇠를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 지리산를 체험 하고,
낭랑하게 들려 주는 할배의 옛날 이야기처럼 시를 듣고
남명의 정신을 배우면서 1박 2일을 마무리 한다.

산청문인협회에 머리 숙여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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