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2001년12월15일]

의병출정식
       출정결의문

정  우  락
영산대학교 교수

발행인:김충렬/편집인:김경수/발행처: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주소:경남 진주시 봉곡동 14-21 /전화:(055) 741-9765

 

  지난 8월 17일이 「선비문화축제」전야행사의 하나로 남명선생 문인들의 의병활동을 기리기 위하여 개최한‘의병출정식’의‘고유문’과 ‘출정 결의문’을 옮겨 싣는다.

 

  아아! 나라의 운세가 불리하여 왜노(倭奴)들이 우리 강토를 함부로 침범해 들어왔다. 우리의 성(城)과 진(陳)이 없었던 바 아니나 일찍이 방책을 설치하지 않아 열흘 사이에 험한 관문과 높은 고개를 넘어 곧바로 서울을 공격하였다. 이에 임금은 서울을 떠나 파천(播遷)하고, 온 나라 사람들은 산 속으로 숨게 되었다. 단군성조께서 나라를 세운 이래 오랑캐의 화란이 이처럼 참혹한 적은 일찍이 없었도다.

  사실 오늘날의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국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신하들은 뇌물로 자신의 배만 채웠을 뿐 아니라, 조세제도를 마음대로 하며, 형벌의 적용에도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 이와 함께 사치는 극에 달하게 되었고, 우리의 제사마저 더럽혀지게 되었다. 결국 나라의 원기가 없어져 근본이 무너지고, 추잡한 섬 오랑캐들의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었도다.

  조정의 신하들은 나라의 간성(干城)임에도 불구하고 왜노들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도망하였으며, 여러 고을의 수령들은 군장(郡長)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앞장서서 처자식을 피난시키고 무기고를 불태웠다. 왜노의 거센 물결을 막아낼 도리가 없게 됨에 따라 성(城)에는 창을 든 군사가 없고, 고을에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신하가 없게 되었다. 이처럼 나라의 녹을 먹는 무리들이 한 사람도 충의(忠義)를 떨치고 일어나는 자가 없으니, 우리 군민(軍民)들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지금 왜적들은 우리의 누이들을 잡아가서 처첩으로 삼고, 우리의 장정들을 마구 죽여 씨도 남기지 않고 있다. 즐비한 민가는 모두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하고 있으며, 공사(公私)의 재물이 모두 그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독기는 사방에 가득 차고 죽은 사람의 피가 천 리에 넘쳐 흐르고 있으니, 아아, 백성들이 참혹하게 화를 당한 것을 어찌 차마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지사(志士)는 창을 베고 자면서 악독한 섬나라 오랑캐들을 쳐죽여야 할 때요, 충신은 나라를 건지기 위하여 목숨을 바쳐야 할 때로다.

  일찍이 선사(先師) 남명선생께서는 우리에게 군사부(君師父)의 의리를 가르치면서, 특히 왜적을 경계하라 하셨다. 일월처럼 여긴 경의(敬義)를 바탕으로, 세상을 밝게 보게 하시고 의로운 실천에 과감하라 하셨도다. 귀를 잡아당기면서 자상하게 의리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의 그 말씀이 아직도 우리의 귀에 쟁쟁하거늘, 짓밟히는 조국강토와 도륙되는 우리 형제를 눈으로 보면서, 저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관리들처럼 산으로 도망칠 수야 있겠는가?

  집집마다 사람마다 춘추의 의리를 높이 들 때가 왔도다. 내 가족과 내 겨레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조선의 의로운 병사들이여! 위용을 떨치고 일어나라! 괭이나 낫이라도 튼튼한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비록 왜적들의 큰 칼과 긴 창이 앞에 닥친다 하더라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상제(上帝)는 의로운 자의 편에 서 있다. 우리 모두 정의의 기치를 이렇게 높이 들었으니, 반드시 왜적을 물리쳐 오늘의 이 수치를 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지하에 계시는 열선조(列先祖)와 우리 선사(先師)를 뵐 수가 있겠는가? 병사들이여! 부끄럽게 사는 것보다 의롭게 죽어 경의의 씨앗을 후세에 남기자. 남명선생이여, 그 정신 경의여, 만세! 조선이여, 조국강토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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