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2001년12월15일]

[한약이야기]

        마땅히 돌아가야 함을 대신 토로한 당귀(當歸)

홍  승  헌
한약사/원강대 강사

발행인:김충렬/편집인:김경수/발행처: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주소:경남 진주시 봉곡동 14-21 /전화:(055) 741-9765

 

  남명 선생님의 탄신 500주년을 기리는 마음이 가득했던 지난 여름 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지고하신 가르침에 비해 세간의 주목이 거기에 미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금년 여름은 그 아쉬운 마음에 다소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멀리 남쪽하늘을 한번 우러러보며 선생님의 크신 가르침을 다시 한번 회상하여 보았다. 그러나 사실 필자의 공부가 변변치 못하여 선생님에 대해서 소상히 아는 바는 많지 않음에 늘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늘은 존경하는 두 살 연하의 한 젊은 학자께서 들려준 남명 선생님과 퇴계 선생님 사이에 오간 편지에 등장하는 한약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평생을 처사로 지내셨던 남명께서 "발운산"에 대한 언급으로 퇴계의 심정을 물으시자 퇴계는 "당귀"로 당신의 속마음을 전하셨다고 한다. 당귀의 한자는 마땅할 당(當)에 돌아갈 귀 (歸)로 적는데 한자의 이러한 표현들은 많은 다른 경우들처럼 한약에서도 다양한 의미들을 지니기도 한다. 퇴계 선생께서 쓰신 당귀라는 표현은 복잡한 정치 현실을 떠나 초야로 마땅히 돌아가고픈 심정으로 적으셨겠지만 실재 한약의 쓰임이나 한방에서 전해지는 설화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몇 회에 걸쳐 보익약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당귀는 그 중에서도 보혈 작용이 뛰어난 약물이다. 당귀는 미나리과에 속하며 우리가 잘 아는 사물탕의 중요한 구성약물이다. 혈을 보(補)하거나 조화롭게 해주고 (補血和血), 월경부조를 개선하고 생리통을 완화하며 장을 윤활하게 하여 변을 잘 보게 하는 등의 약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귀라는 명칭과 관계된 설화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옛날 중국에 대산(大山)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었는데, 각종 식물과 약초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맹수와 독사들이 우글거렸다. 이 산기슭의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담력이 크다는 것을 자랑하다가 대산에 가서 3년을 살고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승부를 내기로 하였다

. 그런 무모한 내기에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왕용이라는 자가 나서서 자신이 산에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말렸다. 그는 결혼한지 채 일년도 안 되는 신혼이었고 더군다나 노모까지 모시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꼭 산에 들어가서 자신의 담력을 증명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결국 친구들과 노모와 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용은 산으로 향했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의 아내는 하루하루를 애태우며 눈물과 함께 했다. 아내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마침내 월경이 끊어지는 병까지 생겼다. 그렇게 삼년이 흐르고 나서 왕용은 살아 돌아오긴 했으나 그에게  남은 것은 병약해지고 여자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한 아내뿐이었다. 왕용은 눈물을 흘리며 봇짐을 풀어 산에서 챙겨온 약초를 꺼내어 정성껏 아내에게 먹였다. 아내는 차츰차츰 기력을 회복하고 마침내 월경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여성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며 남편이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고 남편은 돌아와 그 믿음에 이 약초로 보답했다하여 이때부터 사람들에 의해 그 약초가 당귀로 불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 약초를 쓰면 상실했던 여성의 기능이 마땅히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큰 스승님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와는 무관한 약초설화를 들먹여 혹시 누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약초 이름 하나로도 자신의 심정이나 생활의 애환을 표현하는 옛 사람들의 지혜와 더불어 당귀라는 약초의 씀씀이를 생각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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