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2001년12월15일]

[열린글터]
          내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난 南冥
       ― 南冥 500주년 기념행사를 다녀와서 ―

김  남  규
영남대 대학원

발행인:김충렬/편집인:김경수/발행처: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주소:경남 진주시 봉곡동 14-21 /전화:(055) 741-9765

 

  올해는 조선 중기 영남 사림의 거두, 남명 탄신 500주년을 맞이하여 산청군과 합천군 등지의 경남 일대에서 남명을 알리기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였다. 남명제를 전후로 각종 행사를 기획하여 '선비문화축제'라는 하나의 관광문화 행사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고 가깝게 남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역사 속에 묻혀있던 남명의 위상과 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평소 남명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터라 매년 8월 18일 올리는 '남명제'를 관람하기 위해서 하루 전날인 17일에 경남 산청의 덕천서원에 도착했다. 무엇보다도 제를 올리기 하루 전에 덕천서원에 도착한 것은 이윤택 극본·연출의 남명일대기 서사극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조금의 여유가 있어서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과 관광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행사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남명과 관련된 서적과 남명을 알리기 위한 각종 홍보물, 그리고 이 지역의 토산품들이 진열되어 이 고장의 향취를 맘껏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남명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惺惺子가 상품화되어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우리도 기념이 될 것 같아 성성자 하나씩을 구입했다. 구입한 성성자를 허리에 차니 마치 남명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은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성성자의 맑고 은은한 소리는 행사장의 많은 인파 가운데서도 내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듯하였다.

  관광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둘러보고 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선생님과 함께 덕천서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행사관계자 여러분들이 직접 마련해 주는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행사에 관련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하다보니 조금 어려움 있어 저녁을 연극이 끝난 후로 미루고 동행했던 同學兄과 같이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남명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막걸리를 한잔하는 동안 바쁜 가운데 이것저것 신경 써주는 행사관련 관계자 여러분들의 배려가 너무도 고마웠다. 막걸리로 잠시나마 허기를 달랠 수 있었고 연극이 시작되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나누던 이야기를 뒤로 미루고 연극이 진행되는 장소로 이동했다.  

  연극은 이미 시작되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덕산 중학교 운동장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대 앞 한쪽에 자리를 잡고 연극의 장면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연극은 남명의 삶의 전환점을 각 막으로 구성하여 남명정신의 정립 과정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연극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무대의 웅장함에 압도되었고 나 자신이 배우의 연기에 몰입되어 마치 극 속의 인물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서사극에 나타난 남명의 대사 하나 하나에 온몸이 떨렸고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어찌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하여 울분이 솟아났다. 부조리한 세상을 버리지 못하고 고뇌하면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선현의 모습에 나 자신도 동화되어 그와 같이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뇌하면서 주어진 현실의 부조리를 함께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하여 처사로서 현실을 고뇌하면서 극복하고자 하는 남명. 이와 같은 인물이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축제 기간동안 남명의 이러한 정신이 일반대중들에게 충분히 스며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하여 너무나 고마웠다.  

  얼마 후, 막이 내려지고 홍의 장군 곽재우의 결의문 낭독과 함께 의병출정식이 거행되었다. 여기에 참여하면서 실천에 바탕을 둔 남명의 교육이 그 제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내 가슴속에 어떠한 형언할 수 없는 감흥이 일어났다.

  늘 깨어있는 곧은 정신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남명의 기상이 성성자의 은은한 울림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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