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이야기]

누구나 알 것 같은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홍 승 헌
 한약사 / 원광대 한방과학연구소

  지난 호에 보익약류에 대하여 기술한 바 있거니와 일반적으로 보약으로 불리는 한방의 보익약류는 보기, 보혈, 보음, 보양의 네 가지로 크게 나누어진다. 기, 혈, 음, 양 등은 한방의 생리, 병리나 진단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이다. 그런 만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들 표현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중의대사전(중국인민위생출판사)의 기록을 빌려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한의약에 있어서 기(氣)의 사전적 해석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물이나 곡식의 기나 호흡의 기 등과 같이, 인체생명활동을 구성하거나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을 지칭한다(指構成和維持人體生命活動的最基本物質, 如水谷之氣, 呼吸之氣等). 둘째는 장부의 기나 경락의 기와 같은 장기조직의 기능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指臟器組織的機能活動, 如臟腑之氣, 經絡之氣). 혈(血)은 맥중을 운행하는 붉은 색 액체를 이른다 (指運行于中的紅色液體). 물이나 곡식의 정미로운 것이 변화해서 생기며 맥도 가운데를 운행하여 전신에 영양분을 공급한다(化生于水谷精微, 循運行于道之中以奉養全身). 양(陽)은 사물이나 성질에 있어서 음(陰)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양은 일반적으로 가볍고, 맑고, 기능적, 항진적, 운동적, 상승적 또는 열성적인 면을 대표한다. 양성적인 것과 음성적인 것은 서로 대립적이고 통일적이다(指與陰相對的一類事物或性質. 陽一般代表輕淸的, 功能的, 亢進的, 運動的, 上昇的, 或熱性的一面. 陽性的事物和陰性的事物是代立統一的). 이처럼 한의약적 용어로서의 기나 혈, 또는 음양과 같은 개념은 우리가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 접하는 그것과는 다소 다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처방의 하나로써 한방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른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은 기혈(氣血)을 동시에 보하는 기혈 쌍보제의 대표적인 처방이다. 십전대보탕은 처방의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0가지의 약물로 구성되어있다. 그 열 가지 중 네 가지 약물은 보기약의 가장 기본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는 사군자탕의 구성약물이고, 또 다른 네 가지는 보혈약의 가장 기본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는 사물탕의 구성약물이다. 사군자탕은 보기건비(補氣建碑)작용이 주된 효능이고 사물탕은 보혈활혈(補血活血)이 주효능이다. 이 두 가지 처방을 합하고 거기에 황기와 육계의 두 가지 약물을 더한 것이 십전대보탕이다. 이렇게 구성된 십전대보탕은 기혈(氣血)이 모두 허(虛)하여 나타나는 오한발열(惡寒發熱)이나 번조(煩燥), 구갈(口渴) 혹은 식욕부진(食慾不振)등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사실 십전대보탕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일반시민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약 처방은 한의약의 전문가들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이고 일반 소비자는 그 처방을 복용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형태의 글을 통해 전해지는 단편적인 한의약 지식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한의약 정보를 여과없이 수용하고 마치 자신이 건강이나 한의약에 상당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기나 한 듯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약물의 남용을 조장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위에서 간단하게 밝힌 십전대보탕의 적응증인 오한발열이나 번조, 구갈, 식욕부진 등의 증상은 기혈이 모두 허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한약의 전문가들은, 어떤 환자의 증상이 먼저 기혈양허증으로 판명이 나고 그 증상의 발현양상이 이러할 때에 십전대보탕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치료의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본처방을 고려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더러는 TV 강의의 한 단면만 보고서 또는 건강관련 서적에서 일부분만 읽고서, 무엇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그것만 쓰면 다 나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런 것을 몰랐으면 병원 등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진단을 받고 병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여 치료하면 쉽게 나을 수도 있는 것을, 효과가 분명하지도 않은 무슨 민간처방이다, 기적의 무슨 풀이다 하여 이것저것 쓰다가 기회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름지기 약이란 치료의 수단일 뿐이다. 치료의 수단으로 약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진단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 즉 의사나 한의사 등의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 요즈음은 그러한 전문가들도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첨단장비들을 동원하고 또 여타 생명공학적 지식의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하여 진단에 따라 처방이 내려지면 양약인 경우는 약사, 한약인 경우는 한약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방법으로 약을 투약해야 한다. 철저한 진단의 단계는 생략한 체 눈에 띄는 몇 가지 증상만 보고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하는 풍조가 만연한 데는 소위 건강 관련 전문가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무슨 책 한 권이면 자신의 질병은 스스로 다 고칠 수 있는 것처럼 글을 쓴다든지, 강의 한데로만 하면 건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말을 하는 행위 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위 '삼십전대보탕'이니 뭐니 하는 것과 같은 온갖 '만병통치약(?)' 등에 귀를 솔깃해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평소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전문가들과 상담하여 올바른 치료법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g_home2.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