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南冥이라면 어떻게 할까?

權 仁 浩
대진대 철학과 교수, 본원 상임연구위원

  최근 신간된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책이 있다. 저자 스탠리 빙이 6백년전 이태리 피렌체의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양육강식의 냉혹한 현실정치에서 강자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론을 잘 받아들인, 미국 현대사의 이른바 성공한 인물들의 처신을 사례로 들며 그렇게 살아가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거짓말도하고 양심을 버리고 남의 불화를 부추기고……. 그렇게 하면 세속적 성공이 보장된다고 말이다.

  미국 사회 뿐만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 한국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김대통령이 1997년 대선 직전에 즐겨보는 TV프로가 '동물의 왕국'이라고 했고, 최근 수년간의 정치수행과 언행모습만 보더라도, 그렇게 하면 대통령도 되고 노벨상도 탈 수 있는가 보다. 그렇다면 김수환 추기경의 김대통령에 대한 점잖은(?) 아니면 종교지도자 같은 충고(정직성)는 세상 올바로 살기와 성공과는 정반대의 헛소리일까? 김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70년대는 일본으로 80년대는 미국으로 그리고 90년대는 영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개항 후 100년간 이들 세나라가 바로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냉철하게 재인식을 요하는 나라들이다. 최근까지 역사교과서 왜곡, SOFA 협정과 NMD 문제, 광우병과 구제역 등으로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본받고 배울만한 근대화(일본)나 민주주의(미국) 그리고 신사의 나라(영국)였던가. 김대통령은 무엇을 배워와서 3년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고 김대통령도 김구 선생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임시정부가 상해의 일본·미국·영국 조계가 아닌 프랑스 조계에 있었는지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남명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시론의 제목이 얼핏 생각났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남명의 언행과 학문사상을 인용하여 요즈음 세상과 정치가들을 시시콜콜하게 꾸짖는, 별로 약발도 안받는 '광야의 소리'를 늘어놓으려는 것는 아니다. '서양은 원래 합리적(계산적이고 이해타산)인 인간관계와 사회정치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을 천명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고, 근대 이후 100여년간 서양의 것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겼으니 우리 사회가 이럴 수밖에 없다'는 식의 어설픈 개화파(근대화론자)의 東道西器의 담론이나 유교전통을 신주단지나 되는 것처럼 국수주의적인 도덕군자들과 같은 앵무새 노릇할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진정한 선비정신을 지닌 개결한 사림과 민족지도자 그리고 이 시대의 올곧은 원로어른을 제외한, 대다수 지금의 전통 도덕군자주의자나 사이비(似而非)선비들은 군사정부 시대에 이른바 '4.13 호헌조치(護憲措置)'에 성균관(成均館)을 통해 제일 먼저 지지성명의 나팔을 불었고, 일제시대엔 이른바 '황도유림(皇道儒林)'으로 철저히 일왕(日王, 천황)에게 '덴노헤이카 반자이'와 '멸사봉공'을 외치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징병징용과 정신대로 몰아쳤으며, 한일합방 때는 매국노(賣國奴)(76명 가운데 노론(老論)이 67명)로 앞장섰고, 그들 서인(西人)-노론(老論)으로 이어진 보수세력이 왕권을 능가하는 세도정치와 그에 추종하여 민중을 도탄에 빠트렸고, 왕위를 찬탈하며 독시(毒弑)하는 '신하로서 임금을 선택하는' 택군(擇君)의 역적(逆賊)질에 앞장섰으면서도, 朱子! 주자! 하면서 그 외 학문사상을 이단사설과 斯文亂賊으로 몰아쳐서 처단하던 바로 그들이 마키아벨리의 적자나 사생아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崇奬士林 無失國婚'이라고 했다. 명색이 산림(山林)의 선비출신이라는 자들이 外戚의 들러리가 되어 그들의 반민본적(反民本的)인 작태를 오히려 옹호하며, 공맹(孔孟)과 정주(程朱) 그리고 그들이 추종해 마지 않았던 율곡(栗谷)의 진정한 경제사상(經世思想) 등을 배반하고 훈구외척세력과 짝짝쿵이 되어 정치를 했는데, 그 나라가 안 망했다면 이상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자(孔子)-맹자(孟子)-주자(朱子)-정암(靜庵)-율곡(栗谷)-우암(尤庵)에 이어 그들 당파만이 천하 성현의 도통연원(道統淵源)을 계승했다고 말한다. 공자와 주자 그리고 조광조(趙光祖)가 언제 훈구외척권귀(勳舊外戚權貴)들과 결탁해서 정치를 했단 말인가? 백성들의 등가죽을 벗겨 부요사치(富饒奢侈)했단 말인가?

  정치에 문외한(門外漢)이고 단순히 국민의 한 사람이며 학교 선생의 한 사람으로서도 요즈음 정치와 교육 등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쳐 현실의 추이를 보면 안타깝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원칙을 제대로 차근차근, 미래와 다음에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장래를 위해 무엇하나 영구적으로 착실하게 건설하고 이룩해 나가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가 조금씩 땅 위에 떠있는 느낌이고, 마치 뒤에서 누가 쫓아라도 오는 것처럼 피난민 살림을 하는 것 같이 거짓과 사기, 자화자찬, 냄비정국과 일회용 대일밴드식 준비안된 정책남발과 임기응변의 천재들만 정치마당과 신문방송을 장식하는 것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동서고금의 왕조나 공화국 말기에 망하는 징조를 보고서 그 책임자는 자신이나 소속된 계급이나 집단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며 대개 개혁을 말하고 이에 착수한다. 그런데 문제는 민심과 인망이다. 대개 집권자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 줄은 알기 때문에 노력을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 곧 스스로 인품이 수양되고 고매하여 사치를 멀리하고 검소절약하여 가까운 주위의 친인척에서부터 고관대작과 부요귀족들에게 엄중하여 그들이 먼저 두려워하며 따라 올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남녀평등 세상이고 개성과 각자 직업을 갖고있는 존재다. 가정주부도 훌륭한 직업이다. 그런데 왜 청와대에서 고관대작의 임명장이나 여러 가지 명목의 만찬잔치와 외국 나들이에 대통령 부인이 옆에 서 있고 동반을 꼭 해야 하는지, 그것이 의전상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로서 당위성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왜 부부동반을 강요하는지? 과거 왕조 시대엔 왕과 왕비가 동격이고 각 벼슬아치들의 부인도 남편의 품계에 상응한 외명부의 품계와 첩지가 주어졌지만 궁중에 부부동반으로 들락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연산군 때 잔치마당에 부부동반으로 들락거리다가 사건이 생기고 끝내 왕위마저 내놓아야 했다. 청와대를 방문하는 부부의 다른 한 쪽이 밖에서 청와대에 부부동반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청와대에 일이 있는 부부 가운데 한 사람만 가야 만찬이든 기타 여러 가지 국고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의 국가부채가 얼마인데 일원 한푼도 국가 주인인 국민의 재산을 머슴인 대통령 이하 공무원들이 부부동반하여 함부로 쓸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동서고금에 부부가 하는 전문직에 간섭간여하는 것은 내조외조를 떠나서 직무직책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 십상이다. 만에 하나 년전(年前)에 '라스포사'인가 하는 서울 강남의 비싼 옷가게에 장관·재벌·총장 부인네들이 출입하고 국회청문회까지 열었던 것이, 혹 청와대 부부동반 모임 때문에 입고갈 옷사는 문제로 불거진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남명도 '여알이 횡행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조선 왕조와 중국 淸나라가 망하는 조짐은 바로 민비(閔妃)와 서태후(西太后)의 비정상적 정치간섭과 이권개입에서 출발한 것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게 공식행사 등에 왜 부인을 동반하지 않는가? 하고 물었더니 '국민들은 나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라는 말은 많은 것을 암시하며 코르바초프와 그 부인 라이샤가 같이 동행하기를 즐기고, 부인이 패션 모델같이 분위기 좋게 행세하고 다니더니 끝내 나라가 망하고 남편은 국가원수의 직위까지 잃게 되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망신(亡身)과 망국(亡國)이 사소한 문제 바로 이런 것에서부터 발단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인재등용이다. 한 번 배반한 자는 또 배반한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말과 김대중 대통령 임기 초기에 검찰총장을 한 인사와 그 부인의 일련의 언행을 지켜보며, 또한 3년만에 교육부 장관이 6인이나 된다니 나라의 인사정책이 크게 문제가 있다. 특히 교육행정의 난맥상과 졸속하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교육개혁은 장관의 수시 경질과 함께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클린턴이 교육장관을 8년간 갈지않고, 김일성이 초대 교육상 백남운을 11년간 한 자리에 있게 한 사실은 참고가 됨 직하다. 인정하고 맡겼으면 믿어라. 천하국가의 일을 혼자서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누어서 하는 것이므로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어 가지고 그와 함께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렇지 못하면 왕이나 대통령이 폐정을 일삼아 나라를 망해 먹어도 목숨을 걸고 直言과 正色을 하지 않고, 위의 눈치만 보다가 같이 망한다. 직언과 소신을 용납하고 시행할 줄 모르면 대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당태종의 재상 위징(魏徵)과 칭기스칸의 참모 야율초재(耶律楚才)가 있었기에 대제국을 형성하였고, 世宗에게 황희와 맹사성이 正祖에게 채제공과 정약용이 있었기에 개혁을 하고 나라 꼴이 되어 백성은 살기 좋았다.

  대권을 지닌 사람은 '나라는 民이 하늘이고 민은 밥이 하늘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아 반성해야 한다(反求諸身). 남명의 고향 晉州는 일찍이 인재의 寶庫로 조선 전기에 '朝鮮人才 半在嶺南인데, 그 가운데 반은 진주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조반정과 英祖 때 戊申事態를 겪으며 친일파가 많았던 기호학파의 후예가 이승만 정부까지 정권과 요직을 차지하다가 박정희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영남인사가 그리고 현재 김대중 정부는 호남출신의 5급이상 고위직 비율이 김영삼 정부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보도를 하며 '편중인사가 아니라' 청와대에선 말한다. 제발 그것이 진실이기를 바랄 뿐이며, 지연과 학연 그리고 혈연에 의한 편중인사가 종식되고 안티-마키아벨리즘적인 인재가 등용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마키아벨리 망령이 이 땅에 발붙이기가  힘들어져서, 미국이나 자기 고향 이태리 피렌체나 맴돌게 놓아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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