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이 지리산에 열두 번 오른 까닭은?」을 보고....

                                                             김  남  규
(영남대 석사과정)

 

  내가 남명 조식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남명 선생이 영남에서 하나의 학파를 형성할 만큼의 대단한 존재인지는 알지 못 했었다. 이러한 남명 선생에 관한 얘기는 접할수록 나에게 신비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였다. 영남에서 잘 알려진 퇴계 선생과는 달리, 남명 선생은 역사 속에서 묻혀 있었던 인물이기에, 선생에 관하여 아직 그렇게 많은 것을 알진 못하지만, 조금씩 남명 선생에 관한 것들을 접할 때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고, 역사 인식에 있어서도 나에게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항상 역사는 강자의 편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자칫 왜곡된 것이 正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비판적인 눈을 가지고 역사를 인식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남명 선생에 대하여 TV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방영한다는 것에 대한 나의 느낌 또한 즐거웠다. 영상으로서 선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훨씬 생동감 있게 와 닿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면서 남명 선생이 지리산을 유람하고 지은 「遊頭流錄」의 소개와 여기에 나타난 등산 과정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순차적인 방법으로 여기에 기록된 등산과정을 따라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갔다. 배를 타고 떠나면서 그 당시 유람을 출발 할 때의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또 유람 도중 경물과 부딪히면서 남명 선생이 느꼈던 것에 대하여 말해 줌으로써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느낌이 훨씬 빨리 와 닿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남명 선생의 유적과 유물인 雷龍亭 형태, 佩劍에 새겨진 글귀, 그리고 惺惺子 등도 소개해 주면서 남명 선생의 사상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얘기해 주었다.  

  남명 선생이 지리산에 올랐던 이유가 단순히 유람이 아닌 실천을 강조한 사상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유람 길에서 많을 것들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TV방송이라는 한계에 부딪혀서 이러한 것들을 너무 많이 생략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에 대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긴 부분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남명 선생이 성리학 이외의 학문인 도가 사상의 수용 부분에서 청학동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 이 부분에서 너무 긴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닌지, 자칫 선생의 산행이 이상향인 청학동을 갈구했던 인물로 잘 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청학동의 위치와 조건에 대한 말들로 선생의 지리산 등정과는 상관이 없는 내용을 너무 길게 방송한 것은 아닌지?

  또 조선시대 산행 풍속도 소개이다. 이 풍속도를 보면 당시의 산행 모습이 단순히 즐기는데 있는 것과 같이 묘사된 것 같다. 남명이 열두 번 지리산을 오른 이유를 여기에서 잘못 전달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올랐는지가 아닌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산을 올랐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프로그램의 주제도 이와는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 시간의 한계 때문에 남명 선생의 학문과 사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 말해 줄 수는 없었겠지만, 선생의 「유두류록」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조금 더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소의 아쉬움은 남겼지만 방송을 통하여 남명 선생이 살았던 시대와 선생의 부조리한 시대에 대한 고뇌에 찬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사로서의 남명, 부조리한 현실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선생은 결국 자신을 처사로서의 삶을 살게 했을 것이다. 시대의 부조리 앞에 굽히지 않았던 우레와 용과도 같은 선생의 기상, 현실과 타협하진 않았지만 항상 현실을 버리지 않고 고뇌했던 선생의 모습이 더욱 고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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