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이야기 (3)]

보약(補藥)과 허실(虛實)

홍  승  헌
(한약사 / 원광대학교 한방과학연구소 연구원 )

 

  한약을 이야기 할 때면 자연스럽게 보약이 함께 거론된다. 보약(補藥)은 몸에 도움을 주는 약이라는 의미로 쓰였음직 한데 정작 한약 용어 중에는 정확히 보약이라는 표현은 없다. 아마도 보익약류의 편리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보익약류가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의 보약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보약은 허약한 사람이 복용하면 건강을 되찾고 건강한 사람이 먹으면 더욱더 건강해지는 약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한약에서 말하는 보익약류는 원래 허증(虛症)을 치료하는데 쓴다고 하였다.

  보익약류는 허한 증상에 응용되는 약이다. 일상적인 대화 중에 허(虛)하다 또는 실(實)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한약에서 말하는 허실(虛實)은 이러한 일상적인 의미의 허실(虛實)과는 구별하고 있다. 한약에서의 허(虛)는 정기(正氣)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이고 실(實)은 사기(邪氣)가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이다. 올바른 기운이란 문자적 의미를 지닌 정기(正氣)는 인체의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요소라고 이해 할 수 있다. 우리 몸이 건강하면 정기가 적당한 상태이다. 즉 정기가 허하지 않다는 말이다. 정기(正氣)가 필요이상으로 넘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은 그릇에 물을 채우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릇에 물을 부으면 그릇의 양만큼 물이 채워지고 그 이상의 물이 가해지면 넘쳐서 흘러나간다. 따라서 자연적인 상태에서 정기는 허할 뿐 실하게 되지는 않는다. 한편 사기(邪氣)는 인체의 질병을 유발하는 요소라고 이해 할 수 있다. 인체에 사기는 없는 것이 정상이다. 불필요한 것이 우리 몸에 찾아 들면 질병이 생긴다. 이런 상황을 사기(邪氣)가 실하다고 한다. 사기가 없으면 그냥 정상적인 상태이지 사기가 허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기는 실할 뿐 허하게 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을 보고 "그 사람 참 실하다"고 하는 표현은 한약에서 쓰는 용어로 보면 모순된 말이다.

  보익약류는 다시 보기약류, 보양약류, 보혈약류, 보음약류로 구분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양약류에 시선이 멈추어 질 것이다. 허(虛)한 것은 일종의 병리적 현상이다. 흔히들 보익약은  치료약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엄격히 보면 있어야 할 정기가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는 치료제가 보익약이다. 보양약류는 양이 허할 때 즉 양허(陽虛)의 병증(病症)에 적용하는 약물이다. 녹용, 해구신, 음양곽, 토사자, 복분자, 동충하초 등 소위 양기(陽氣)를 돋군다는 식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약물들 중에 보양약류에 속하는 것들이 많다. 이외에도 호도, 두충, 자하거, 쇄양, 골쇄보, 파극천, 익지인, 보골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멀쩡하게 역할을 다해내는(?) 사람들이 괜한 욕심으로 보양약류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약효와 독은 사용량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양약에서도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많은 약물들이 그 투여량을 적절히 조절하여 훌륭한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 역으로 적절히 쓸 때 아주 훌륭한 약들도 과용할 때는 생명을 앗아간다. 한약도 엄연히 약이다. 풀이 무슨 약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한약으로 쓰는 풀은 풀 중에서도 생체에 들어가 그 활성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들이다. 따라서 과용이나 남용은 인체에 적지 않은 해를 가할 수 있다. 요즘 정력에 좋다는 한약의 남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양의 정기 즉 양기(陽氣)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욕심을 내어 더 쏟아 부은들 다 넘쳐서 흘러 나가버리고 많다. 억지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고 자꾸 부으면 그릇이 깨지거나 댐이 터진다.

  어쩌면 일상적인 의미의 보약은 한약이 아닐지도 모른다. 밥이 보약이다, 또는 잠이 보약이다, 라는 말도 있는데 이때의 보약(補藥)의 의미는 허한 것을 채워주는 치료약으로서의 보익약과는 달리 현재 가득 차있는 정기(正氣)를 지켜주는 의미의 보약일 것이다. 제 구실 잘하는 사람이 부족해지지 않으려면 보양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시간 맞추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면 된다는 아주 당연한 교훈이 여기에서 웬만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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