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武 陵 桃 源

全在康
東洋大 敎授

       頭流山 兩端水를 예 듯고 이제 보니
       桃花 뜬 맑은 물에 山影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武陵이 어미매오 나는 옌가 하노라 (曺植)

       春風에 花滿山하고 秋夜에 月滿臺라
       四時佳興이 사람과 한 가지라
       하물며 魚躍鳶飛雲影天光이야 어찌 끝이 있을까(李滉)

남명과 퇴계는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유자의 삶을 걸어갔던 인물이면서 또 시조라는 같은 갈래의 문학 작품을 남겨서 일반인들이 볼 때에는 상호 공통점만 있고 개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들의 외면적 삶이 보여준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삶과 정신세계는 뚜려한 차이를 보인다. 남명의 개성적인 면모를 말하기 위해서 외면적으로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퇴계를 대비하여 거론하고자 한다.

퇴계의 위 작품은 봄바람에 산을 온통 덮은 꽃과 가을 밤에 누대를 가득 채운 달빛이라는 자연 현상을 보면서 자연의 흥취가 인간과 하나임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魚躍鳶飛雲影天光이라는 유교적인 용어를 인용하여 天理의 顯顯인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풍류가 끝이 없음을 노래하였다. 그런데 퇴계의 이 작품을 두고 논자들은 천인합일의 세계를 타나낸 것으로 말하고 있는데 陶山十二曲에 나오는 다른 작품을 연관하여 보면 그러한 주장은 더욱 분명한 사실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볼 때 합일의 세계를 퇴계는 의식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중장에서 '四時佳興이 사람과 한 가지라'고 하여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종장에서 魚躍鳶飛雲影天光이라는 유교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그의 天人合一的 世界가 유교의 이성적인 세계와 접맥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종장의 첫 구절에서 '하물며'라는 말은 초장과 종장의 내용에 새로운 내용을 이성적으로 더하는 역할을 하여 문장의 전개 자체도 논리적이고 자연스런 서술의 방법을 따르고 있다. 결국 퇴계의 경우는 철저히 유교적 입장에서 자연으로 형상화된 하늘,  심성을 기른 인간 사이의 합일을 매우 논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남명은 이에 비하여 매우 특이한 면모를 보인다. 그의 유교 사상 체계가 誠, 敬, 義라는 지극히 유교적인 내용을 골간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범위를 때로는 벗어나는 문학적 자유와 세계관적인 여유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든 남명의 작품은 퇴계의 작품에 비하여 이러한 특징이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명은 퇴계의 시의 중장에서 보이는 지시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퇴계가 사용한 四時佳興이라는 말도 사시의 즐거움이라는 단일한 의미를 나타내고 '사람과 한 가지'라는 말도 사람과 같다는 의미 이외에 다른 함의는 가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퇴계의 시에서는 시적인 자아가 정황을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남명은 설명하지 않았고 중요한 부분에서 언어를 外延的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서두인 초장이 다소 설명적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장에 접근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고 정작 현장에 이르러서는 설명을 멈추었다. 오직 현장을 재현했다. 시를 읽는 누구나 바로 그 현장의 체험을 할 수 있게 시인의 내면에 그려진 주관적 진리의 세계를 객관의 정경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남명은 이 속에서 아이를 불러 그냥 그 속에 머물 뿐 달리 말이 없다. 武陵은 仙境이다. 일상적인 삶의 고뇌와 고통이 사라진 이상향이고 이는 바로 도가적인 신선의 세계이기도 한 것이다. 남명은 자기가 위치한 그 자리가 한 치도 옮기지 아니하고 바로 桃源境임을 논리적인 설명 없이 표현하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무론 이러한 작품의 성격을 보면서 바로 작가의 사상을 도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보인 이 작품은 그의 입지가 일체의 세속적인 관계와 질서를 넘어선 곳에 서 있음을 內延的 言語 使用을 통하여 체험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명의 시조는 도입 부분과 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소 설명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중장에서 武陵桃源의 風光을 그림처럼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의 心身을 自由롭게 하고 精神을 시원하게 씻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직관적이고 자유로우며 초월적인 정신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 남명의 이 시조를 체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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