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유적의 관광자원적 가치

고  원  규
(진주전문대 관광과 교수)

  관광은 자기 생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돌아오는 행위이다. 달 속에 옥 토끼가 떡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어온 우리네 마음은 그 존재 유무를 떠나 옥 토끼가 존재한다는 상상만으로 달여행은 꿈꿀 만한 대상이다. 최초로  달세계를 다녀온 '닐 암스트롱'의 달 여행의 의미는 달에는 토끼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동화 속의 옥토끼는 여전히 방아를 찧고 있고 우리 마음속에는 달 토끼는 살아 있기를 염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초의 달 정복자인 암스트롱은 달을 디디고 온 감격 보다는 달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녹색별의 아름다움 속에서 스스로를 느꼈다. 오직 외부 세계의 정복을 위해 애써온 좁은 인생살이를 반성하고 저 아름다운 별로 돌아가서는 남을 위해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여행의 참된 의미에는 자아의 발견이라는 동기가 숨어 있다. 그래서 분주한 여행보다는 성지순례 같은 요람으로의 여행은 깨달음의 여행이다. 고즈녁한 절간에서 풀벌레소리를 들으면서 밤을 지내보지 않은 여행자는 진정한 여행자가 아니라 할 수 있다. 탕아도 집을 떠나 타향에서 서러움을 맛보고서야 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반성할 기회도 얻는다.

  달 여행 운운하며 왠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는가 할 줄 모르지만 남명 선생의 사상은 밖으로만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 제대로 살아갈 길을 깨닫게 해주는 힘을 가진다. 오직 자신의 명리(名利)만 쫓아 분수도 모르고 내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경거망동한 삶을 나무라는 참된 인생의 스승이 주는 가르침이 있다.

  나는 남명 선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성리학의 대가이면서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고 처사(處士)로 족해 하시던 인품과 공허한 공리 공담에 매이지 않고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도록 가르쳤다. 평소 차고 다니던 패검(佩劍)에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즉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이 경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이 의이다'는 말을 새기고 몸처럼 여기고 실천해 오신 실학자요, 참 선비요, 스승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남명사상의 가치는 날로 피폐해져 가는 정신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관광의 대안으로 보인다. 현실 생활이 주는 무조건 남을 밟고 일어서 밀어 부치는 무리한 삶으로부터 본행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진정으로 깨달은 삶'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남명 사상의 관광적 가치는 삶의 겉만을 훝고 지나가는 주마간산격 여행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가르침을 통한 깨우침을 주는데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간단한 인사법을 배우는 예절학교 들과도 괘를 달리할 수 있는 인간 본행의 실천 교육을 배울 수 있는 잠재적 가치가 있다.

  관광은 종래의 구경(sightseeing)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한 세상의 겉만 훝어 지나가는 여행은 참된 여행도 관광도 아닌지 오래이다. 진정한 관광이란 다른 세계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진지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익히고 진정으로 자신의 자아를 확장해 보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리산으로 들어가고 나는 장소적 입지를 가진 덕천서원은 참된 인간 본행의 실천을 배움으로써 진지한 지식체험의 관광 요람으로서 잠재적인 가치가 크다. 즉 가르치는 이 스스로 자신의 수양을 통해 핵심적인 교육의 본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실천시킬 수 있는 수행의 교육장(敎育場)으로서 가치는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남명 사적지는 사적지 복원으로서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넉넉히 가르치고 실천하는 교육의 도장이 되야 한다.

  이러한 남명 유적의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연중에 수백만의 관광객이 찾는 우리 나라 최대의 산악 관광권인 지리산의 거점 지역이라는 점이다. 종래의 관광이 경성관광에서 자연을 배우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연성관광으로 바뀌고 있는 그린 투어의 시대를 맞아 가족동반으로 지리산으로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 교육관광지로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남명 유적은 실천 유교 교육장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날로 희박해져 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예절 교육장으로서의 활용, 성인식(成人式)을 겸한 유교덕목의 교육, 가족 본위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가정생활 교육 등의 일반 교육프로그램과 유교 학교 운영 등은 교육관광 자원가치가 크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남명유적지 복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실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남명학 연구의 산실로서의 기능이고 그 다음은 그분의 교육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이 그것이다. 물론 남명학연구원의 기능을 확대하여 사료의 발굴과 편찬사업 뿐만 아니라 현실 생활에 실천가능한 생활 덕목과 사회인이 가져야할 바른 규범서를 정리하여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한 연구의 단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나아가 상설 기관으로서 남명학의 가르침을 본질로 하는 남명대학을 설립하고,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일정기간의 생활교육 연수를 다양하게 교육시키는 남명교육원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대상이어야 할 것으로 본다.

  남명의 관광자원적 가치의 본질은 교육을 통한 일상사의 삶의 방황을 남명교육을 통하여 새로이 가다듬는 데 있다. 누구나 열심히 자기의 생을 잘살려고 애쓰지만 일상사의 혼돈은 자기를 돌아보게 할 여유가 없다. 자기가 존재하는 지역이나 사회를 벗어나 삶의 방향을 새로이 가다듬고 재충전하고 실생활로 돌아와 그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야 말로 관광의 참의미라는 관점에서 부합된다. 관광이 현실생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깨우침을 얻고 돌아와 생활을 훨씬 더 성숙시킬 수 있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에 남명의 교육관광자원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복원사업의 방향도 관광자원적 잠재가치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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