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감정'에 대한 一考

洪  承  憲
(원광대 한약학과)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어떤 집단이든 그 집단의 구성원들간에는 다양성과 차별성이 존재하고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는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차별성이나 다양성은 표출형태에 따라서 그 집단의 발전을 촉진하기도 하고 저해하기도 한다. 남명선생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에 퇴계와 남명으로 대표되던 영남좌도와 영남우도의 학문적 차이도 집단의 구성원간의 다양성 내지 차별성의 하나라고 생각되며 이것은 그 시대 그 집단의  발전(학문적 발전)을 촉진하는 형태의 표출 방식의 예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조선 후기의 당쟁은 그 집단의 발전을 저해했던 예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이 시대 이 국가라는 집단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다양성이나 차별성의 한 형태라고 본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 정서를 달리하는 부류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일 터인데, 지금 이 나라는 어째서 그것이 지상의 과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엄연히 이 시대의 커다란 사회적 병폐로 간주되고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 사정으로 주중에는 전라도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경상도의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감정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은 하루 이틀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그 원인은 몇 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첫 번째는 歷史的 측면이다. 대구 인근에서 태어나 그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살아왔던 나는, 나 스스로가 '신라'라는 말에 너무도 친근하고 자연스러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이곳 전북 익산에 살면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익산 인근에 있는 삼국시대 유적들이 하나 같이 백제에 관한 것이고 가끔씩 있는 지역의 행사가 백제와 관련된 행사 일색이며, 그것을 접하는 이른바 신라지역 출신인 나는 매우 이질적 기분을 경험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生活 環境的 측면이다. 팔공산 자락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항상 고개를 들어 하늘과 맞닿아 있는 팔공산 꼭대기를 바라보면서 자랐다. 대구라 하지만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비교적 높은 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곳 익산 인근은 내가 보기에 산이라 할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반면 대구 인근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세 번째는 地理的 측면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막는 산악 지형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21세기가 다된 오늘날에도 교통의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다. 거의 유일한 교통로가 '팔팔고속도로'다. 고속전철이 깔리고 있는 이 나라지만 광주에서 익산을 거쳐 대구 가는 기차는 일주일에 딱 한 대가 있고 그나마 최근에야 생겼다. 이러한 역사적 환경적 차이를 지니고 거기에 보태 교통의 왕래가 적은 두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큰 차이를 지닐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한 집단에 모였을 때 정서적 갈등이나 충돌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거의 필연적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그런 갈등이나 충돌이 다른 外部的 人爲的 요인과 결합하여 오늘날의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변모하였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른바 국민의 정부나 여당측의 지역감정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그들은 김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지역감정을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 할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감정의 원인은 단순한 정치적 감정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5년의 임기 중 벌써 2년이 지나가는 동안 하나도 변화 시켜놓은 것이 없으면서 앞으로 3년내에 반드시 지역감정을 청산하겠다고 한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즉 지역감정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해결할 의지는 없으면서 말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발상으로는 이 땅의 지역감정은 절대로 청산 될 수 없다. 하기야 지역감정 청산의 의미가, 영남에서 현재의 여당 국회의원 몇 명 나오고 호남에서 야당 국회의원 몇 명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이렇듯 여러 가지 상이한 조건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 지역 사람들의 지역성에 대한 意識構造 이해는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첫째, 표면에 드러난 그들의 의식은 '現實的 共存'이다. 이것은 정상인이 별 충돌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해 가고자 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전술적 타협의식이다. 여기에 문제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둘째는 '情緖的 反感'이다. 이것은 현실적 공존의식의 내부에 두껍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오늘날의 지역감정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외부에 한꺼풀의 코팅(현실적 공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손대기가 매우 어렵다. 지역감정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는 앞서 언급한 이 모든 요인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남인이건 호남인이건 간에 저변에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民族的 同質性'이다. 지역감정해결에 대한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역감정에 대한 해결을 원한다면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정치적 장난이 아니라, 의식 심층부에 자리잡고 있는 민족적 동질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마치 화산이 분출하듯 민족적 동질성이라는 용암이, 그것을 두껍게 억누르고 있는 정서적 반감과 얄팍한 전술적 타협의 코팅을 뚫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됐을 때 지역감정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표출되던 국민들의 다양성과 차별성은 오히려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이 사회 발전의 추진력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 계기를 제공하는 일, 잠자고 있는 민족적 동질성을 일깨우는 일, 이 몫을 담당해 줄 이 나라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나타나 주길 우리 소시민들은 벌써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렸으며 또 기다려야 할까! ★-☆-■­□­▲­△­▽­▼


 g_home2.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