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단

남명학파의 교육사상 연구(요약)

채  휘  균
(영남대 학교교육연구소)

  남명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고문서조사팀 일원으로 몇 분 선생님과 1993-1994년 사이에 진주, 산청, 함양, 거창, 합천 등지를 답사하면서였다. 이후 박사학위논문을 계획하면서 남명 선생의 경의 교육사상과 그 영향에 대해 논문주제를 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올 여름 '남명학파의 교육사상' 이란 제목으로 학위논문을 완성하게 되었으나 사실 완성이라기보다는 시작 수준에 불과하고, 내용에 있어서도 남명 선생과 저현들의 본의를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부끄러운 마음을 무릅쓰고 학위논문 내용을 요약하고 그 시사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 필자 주

1. 연구의 목적과 방향

  본 연구에서는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에 대한 배경과 남명학파 敬·義 思想의 특징을 파악하여 실천을 중시하는 남명학파의 교육사상과 교육적 실천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하였다. 첫째, 남명학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남명학파의 형성과 남명 문인들의 학풍 계승 양상을 계보적으로 고찰하였다. 둘째, 남명학파 교육사상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敬과 義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을 살펴보았다. 세째, 남명학파 敬·義 思想이 실천을 중시하는 남명학파 교육사상으로 연결되는 점과 아울러 이러한 사상이 남명학파 인물들의 교육과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 목적과 방향은 남명학파의 실체를 파악함으로써 조선시대 성리학의 학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아울러 敬·義를 통한 남명학파의 실천중시 교육사상과 교육적 실천을 통해 남명학파의 교육사상이 현재의 교육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2. 연구 내용 요약

  첫째,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은 조선시대 성리학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이론적인 면은 理氣論과 四端七情論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남명학파의 주된 관심은 인간의 내면과 외행의 밝음과 올바름을 추구하는 敬과 義의 실천에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敬과 義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는 남명학파의 성립은 이론적인 측면에 기울고 있는 조선의 성리학에 새로운 활력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남명학파 敬·義 思想의 특징은 敬과 義의 개념이나 관련성을 이론적으로 탐구하기보다는 경과 의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에 주된 관심이 있었다. 경과 의에 대한 접근에서 이론적인 면과 실천적인 면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만,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내면과 외행의 밝음과 올바름인 경과 의의 주된 특징은 실천적인 성격이다. 따라서 경과 의를 중심으로 하는 남명학파의 사상은 그들의 교육과 삶에서 실천을 중시하는 특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敬·義와 실천의 관계는 경도 실천해야 하는 것이고, 의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의에만 실천적인 성격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남명학파의 경우 경과 의 모두를 실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은 인간의 내면·외행, 실천의 성격과 관련된다.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에서 실천의 영역은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이 있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애매한 문제지만 실천을 고려하기 위해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적인 측면에서 실천은 내적인 경의 실천과 내적인 의의 실천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내적인 경의 실천은 내면의 맑음, 밝음, 집중, 엄숙한 상태와 같은 실천으로 말할 수 있고, 내적인 의의 실천은 궁리, 판단, 옭고 그름의 분별과 같은 실천이 있다. 외적인 측면에서는  외적인 경의 모습의 실천과 외적인 의의 행동적 실천으로 말할 수 있다. 외적인 경의 모습은 내적인 경이 외적으로 나타난 것이며, 개인의 행동 그 자체에 중점을 둔 것이다. 외적인 의의 실천이란 개인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에 중점을 둔 것이다. 즉 외적인 의는 경을 바탕으로 하여 자아가 개인, 사물, 상황과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구분해서 살펴보았지만 실천의 문제는 사실 내적, 외적인 측면이 분리되기보다는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즉 내외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인 것이다. 이것은 敬과 義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나라고 해서는 설명을 위해서도 어려운 점이 있고,  실제 실천의 상황에서도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남명학파의 敬·義 思想은 교육 목적 및 내용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남명학파의 敬은 내적인 수양과 관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은 내적인 세계에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겉모습의 공경한 모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敬은 내면의 정직과 성실, 맑음과 밝음, 집중과 엄숙 등을 추구하는 교육과 관련된다. 이와 같은 경은 인간이 사물과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내적으로 경을 잘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외적작용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근본이 된다.  또한 경은 심을 통제하고 주재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스스로 마음을 반성하고, 통제함으로써 맑고 밝은 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남명학파의 義는 인식을 통하여 사물과 상황의 올바름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서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에서 중요한 영역은 곧 인식과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식과 실천은 인간이 외적세계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義는 인식과 실천을 통해 인간과 외적세계와의 올바른 관계를 추구하는 교육과 관련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義의 바탕은 敬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과 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경과 의를 통해볼 때, 남명학파의 교육 목적은 내적으로는 개인의 내적 세계를 올바르게 하고, 외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이 살아가는 사회를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경과 의가 내적, 외적으로 엄격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으로는 敬이 주가 되고, 외적으로는 義가 주가 되는 것이다. 또한 남명학파의 교육사상에서 교육의 목적과 삶의 목적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로운 성장과 사회를 보다 향상시키는 것은 교육 목적인 동시에 인간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과 관련되지 않는 교육은 비록 그것이 개인이 사회에 진출하는 유리한 통로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자체가 공부나 삶의 진정한 목적이 될 수 없다.

  다섯째, 남명학파의 교육방법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점은 남명학파 교육사상의 특징이 실천을 중시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남명학파의 교육방법에서 대표적인 방법이 下學上達, 결단적 방법, 敎學相長, 상징적인 사물의 활용이다. 이 가운데 남명학파의 독특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결단적 방법이다. 이점은 남명학파에서 중시하는 出處의 엄격함, 敬으로 마음을 지키고, 義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엄격한 결단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 방법들은 남명학파의 독특한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방법은 유학에서 실제 실천을 위한 방법으로 강조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남명학파 교육방법의 의의는 이러한 교육방법이 남명학파의 실천을 강조하는 교육사상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3. 연구의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남명학파 교육사상이 오늘날 교육에 제공할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천을 중시하는 교육이다. 남명학파의 경과 의를 중시하는 교육의 목적은 '개인 내면세계의 올바른 상태를 지향하는 것과 아울러 개인과 외적 세계와의 올바른 관계형성을 추구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무엇보다 실제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한다.  인간 삶의 향상이란 교육을 통하여 개인 삶이 보다 가치 있는 상태로 변화되고, 개인이 살아가는 터전인 사회를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공부가 인간 삶 속에서 실천되지 못한다면 교육은 개인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게되는 것이다.

  둘째, 내면세계의 올바름과 가치로움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敬은 특성상 개인 내면의 정직, 집중, 엄숙, 안정, 밝음과 같은 측면에서 개인 내면의 상태를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개인의 삶을 보다 가치있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개인은 敬을 통하여 내면을 보다 바람직한 상태로 향상시키고, 이러한 내면을 바탕으로 하여 외적인 사물이나 상황을 잘 인식하고 판단하여 개인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은 개인 내면을 향상시키는 영역을 중요한 교육목적으로 고려하지 않거나, 중요하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점은 현재 학교교육이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의 유리함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내적인 세계의 향상을 위한 敬과 같은 가치는 경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 인간 삶의 향상이라면 다른 어떤 측면보다 인간 내면의 상태를 가치 있게 하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세째, 개인의 외적 행위를 올바르게 하는 교육이다. 인간의 삶은 출생의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 사물과 관계를 형성하는 상황 속에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義는 그 관계나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그 속에서 개인의 올바른 삶을 실천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외적 세계에 대한 지식은 넓은 의미에서 개인과 외적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도구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교육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다. 즉 교육실제에서 배운 내용이 시험이나, 실무적인 일 이외에 개인 삶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천되는가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남명학파에서 강조하는 義의 교육은 교과지식을 개인과 외적세계를 연결시켜는 측면에서 가르쳐야 하고, 또 그러한 공부를 통해 실제 개인 삶에서 올바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네째, 수양과 실천의 상호 균형적 교육이다. 남명학파의 敬과 義에 대한 관점은 敬만 강조하거나 義만 강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즉 내면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경은 그 자체로 개인에게 충분한 가치를 줄 수 있지만, 敬만으로는 외부세계와의 올바른 관계형성까지는 담당할 수 없는 것이다. 즉 義가 없다면 개인이 다양한 외적 상황 속에서 인식하고, 판단하여,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세계와 올바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義가 필요하다. 물론 義 역시 모든 인식과 실천의 바탕으로 작용하는 敬이 없으면 외부세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거나 판단할 수 없고, 올바른 실천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敬과 義는 오늘의 교육에서 내면세계의 올바름과 외적 실천의 올바름을 위한 교육을 균형있게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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