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학연구논총』제7집을 읽고

朴 洪 植
(경산대 교수)

논자는 1995년 2월 17일 남명학연구소 주최 학술발표대회에서「남명 사상의 후대에 끼친 영향」이라는 논문 발표를 계기로 남명학 연구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남명학연구논총』과의 인연도 그 때 남명학연구원에서 발간한『남명학연구논총』제 1, 2 집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남명학연구원은 1986년 8월 24일 발족한 이래 그동안 남명학에 대한 관심증대, 일반인들의 남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든든한 집이 되었다. 또한『남명학연구논총』은 1988년 9월 제1집이 나온 이후 남명학 연구자들의 저변확대, 연구기회와 발표공간 제공을 통해 남명학 연구의 커다란 마당이 되어 왔다. 다음 세기에는 이 집과 마당에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꿈꾸었던 남명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남명은 16세기 조선주자학의 위기를 감지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세기말의 오늘 한국사회와 이 시대의 지식인들에게는 남명의 문제인식과 통찰력에 대한 지혜를 빌려 보는 것도 슬기로운 자세라고 생각된다.

1999년 4월 10일자로 간행된『남명학연구논총』제7집에는 모두 12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제7집은 발간사에서 金忠烈 원장님이 밝힌 것처럼 논문 편수도 많거니와 내용 역시 文·史·哲 등이 고루 안배되었다. 연구 대상 인물별로 나누어 보면 남명관계 논문이 7편이며, 남명학파에 관련된 논문이 4편, 그리고 조선사림에 관한 분석이 1편 실려 있어『남명학연구논총』의 성격에 걸맞는 체제를 잘 갖추었다.

단일 논문이나 저술에 대한 평가도 쉽지 않은데 제한된 지면으로 12편의 논문이 실려있는 논총에 대한 논평을 말하기란 부담이 되는 일이다. 더구나 동양철학전공인 논자로서는 문학이나 역사관련 논문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이 전공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논자로서는 독자들에게『남명학연구논총』제7집 알리기에 충실할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그러면『남명학연구논총』제7집 목차에 따라 논문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김일근 교수의 <曺南冥의 國文詩歌에 대한 深層硏究>는 문학적 관점 뿐만이 아니라 철학적 시각에서도 관심을 끌 수 있다. 그것은 우리말 표기에 의한 한국인의 의식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16세기 대표적 지식인들의 우리말 쓰기는 장르에 관계없이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김일근 교수의 연구는 그 의미가 깊다. 1950년대부터 이 방면에 관한 연구에 큰 힘을 기울여온 필자의 금번 연구는 頭流山歌의 作者와 定本考에 대한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한 느낌이 든다. 중국산동대의 왕배원 교수는 <南冥先生詩說略>을 발표하였다. 필자는 먼저 남명의 시가에 대한 관점과 처세 태도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남명의 시가를 題렊ㆁ煌棨ㅡ븍뇟ㅚ晸렝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남명시가를 내용별로 분류 정리하여 관련된 전거와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에 편의를 제공하였다.

오이환 교수의 논문인 <南冥의 儒·道思想比較硏究>는 주제 자체가 주목을 끈다. 여기서필자는 남명과 퇴계의 관계를 도가적 측면에 맞추어 조명하였다. 정확한 자료 분석과 관련 전거의 성실한 제시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필자는 퇴계 이황과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 1517-1663)의 왕복서간에 나타난 남명의 도가적 측면에 관한 언급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퇴계의 남명관(南冥觀)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필자는 남명과 도가와의 관계를 남명 자신이 지은 아호나 당호, 혹은 잠명(箴銘) 등을 통하여 남명과 도가와의 관계를 해명하였다. 필자는 결국 남명에게 나타나 있는 도가적 취향은 송대 성리학자의 개창자들이 이미 사용했거나 혹은 주자가 정리한 문헌들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남명이 성리학적 유자의 입장으로부터 일탈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손영식 교수의 <남명 조식의 주체성 확립이론과 사림의 정신(Ⅱ)> 은 같은 제목의 (Ⅰ)에 이어지는 글이다. 이번 제7집에는 '조식의 글쓰기와 강한 자아', '절대적 주체, 조식의 이미지들' 이라는 소제목의 내용들이 실려 있다. 남명의 글에 나타난 표현 방법과, 용어나 개념들의 이미지 추적을 통하여 남명의 사상을 주체성과 사림의 관점으로 해석해 나아간 것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남명철학의 해석과 달리 의욕적이며 창의적인 해석틀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필자의 노고를 읽을 수 있다. 필자의 이 글은 이번 제7집의 내용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재명 선생은 <南冥敎育思想의 繼承(Ⅰ)>-門人資料의 性格과 硏究動向을 中心으로-을 발표하였다. 이 글은 먼저『덕천사우연원록』에 등재되어 있는 135명의 남명의 문인자료를 대상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1998년까지 이루어진 남명 문인들에 대한 기존연구 성과물 142편을 종합 정리하였다. 이 글은 남명 문인에 대한 소약전, 문인들간의 자료, 선행연구의 소개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별개의 논문을 통해 남명 교육사상의 계승을 밝히기 위한 선행작업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에게는 이번호의 내용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우락 선생의 <說話에 나타난 南冥形象의 樣相과 意味(1)>는 남명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얼마나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필자는 문헌설화와 구비설화를 통하여 남명에 대한 문예미학적 측면에서의 형상적 검토와, 사실의 문학적 변이에 대한 해명을 시도하였다. 이 논문은 기존 논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많은 자료를 충실하게 동원하고 있어 필자의 독실한 연구자세를 엿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필자도 밝히고 있듯이 당시 사대부 뿐만이 아니라 일반민중들의 남명에 대한 이해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은 독자의 흥미를 끈다. 이 논문은 전체 5장과 부록(南冥關聯 口碑資料)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번 제7집에는 지면관계로 1-3장만이 소개되어 있다.

김경수 선생의 <南冥의 佛敎觀>도 논제가 독자의 주목을 끈다. 필자의 말대로 남명의 불교에 대한 관점이나 불교와 관련한 측면에 주목한 연구는 전혀 없는 실정을 감안할 때, 필자의 이 글은 그 의미가 크다. 필자는 먼저『학기유편』의「변이단」을 중심으로 남명의 불교관을 분석하였다. 이어서 남명이 실제 생활 속에서 불교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가 하는 점도 제시하였다. 더불어 남명과 승려와의 관계나 그가 사찰에서 느낀 감상까지도 상세하게 소개하여 남명의 불교관을 입체적으로 조망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더해 주었다. 앞으로 남명의 불교관 연구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병주 선생의 논문인 <大谷 成運의 學風과 處世>는 16세기 조선 지식인의 유형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 나아가는 작업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필자는 16세기 처사형 지식인으로 남명과 절친했던 성운(1497-1479)의 삶과 사상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의 교유관계, 학풍과 처세, 그리고 후대의 영향 등으로 나누어, 성운을 16세기 처사형 사림의 입지를 보편적으로 대변 해주는 인물로 자리 매김하였다.

이상원 선생의 <南冥學派에 있어 吳德溪의 位相>은 덕계 오건(吳健, 1521-1574)이 남명과 퇴계의 문하에 동시에 출입하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남명학파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분석을 한 글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덕계 학문의 성립과 그의 문인에 대하여 상세하게 조사하였다. 이어 덕계의 학문의 특징을 '『대학』과『중용』에 기초한 실천정신'과 '특립(特立)한 경세사상'으로 파악하였다. 결국 필자는 덕계를 남명문인의 좌장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평가하였다.

전재강 교수의 <'心經發揮'에 나타난 寒岡 心學의 特性 硏究>-『心經附註』와의 對比的 觀點에서-는 한강 정구(鄭逑, 1543-1620)의 저술인『心經發揮』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의 학문세계를 밝혔다. 중국 명대의 유학자인 정민정(程敏政)의『심경부주』와 대비하여 한강 심학의 특성과 조선유학사적 의의를 분석하였다. 필자는 한강 심학의 특성을 천인조화(天人調和), 존덕성과 도문학의 겸전, 경(敬) 중심 등으로 파악하였다.

설석규 선생의 <東岡 金宇옹의 政治哲學과 朋黨論의 展開>는 남명의 제자인 동강 김우옹(1540-1603)의 정치철학과 붕당론에 관한 연구이다. 필자는 동강의 학문적 연원과 정치철학의 형성을 설명하고,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여 그의 붕당론을 분석하였다. 필자는 동강의 정치철학은 도학정치의 이념을 바탕으로 삼대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궁극적 목표를 두었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필자는, 동강의 붕당론은 그의 경의(敬義)에 투철하면서도 절제된 정치철학을 형성한 산물이라고 정의하였다.

한편 한상규 교수는 <朝鮮時代 士林의 精神世界>-『小學』 교육을 중심으로-에서 조선시대 무오사회 이후 벼슬에 나가지 않는 지방출신 선비(필자의 정의임)인 사림의 정신세계를『소학』과 관련하여 이해하고자 시도하였다. 필자는 조선 사림의 형성, 사림정신의 바탕, 사림의『소학』교육관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이어서 사림의 사회성향, 출처대절, 사기 등으로 사림의 삶과 앎의 자세를 분석하였다. 결론에서 필자는 선비정신의 모습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으며, 사림문화 계승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고 있다.

마침 제7집은 금세기를 마감하는『남명학연구논총』이 되었다. 새로운 21세기를 여는『남명학연구논총』 제8집의 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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