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방잔치와 문화마인드

 

고 원 규
(진주전문대교수)

 

답답한 정치판과 침울한 경제적인 현실속에서도 문화 에스포의 문화적 가치는 모든 것을 치유하고도 남음이 있어야 의미있다. 그 의미는 문화발전을 위한 본질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면에서의 파생효과도 달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 조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전 엑스포에서 보았던 안방잔치 박람회의 속편이며, 일회성 이벤트 행사에 집착하는 천박한 문화마인드의 현재 진행형일 따름이다.

작년 한해 우리는 정치 경제 전분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두개의 대형행사를 열었다. 그 하나는 제주 섬문화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진행중에 있는 경주문화 엑스포이다. 이미 섬문화 축제는 수백억의 행사비를 쏟아 붓고 25억이나 적자를 낸체 실패로 끝났다. 문화 엑스포도 바로 전에 끝난 실패가 부담이 되서 였는지,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서 였는지 무리수를 두기 시작하더니 반쯔음 성공한체 끝났다. 나머지 절반은 실패라는 뜻이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실패가 불안해서 였는지 가을운동회 반납해 가면서 초등학생들까지 관람에 동원한 인상이 짙다. 경제한파로 운동회를 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하는 문제는 숱제 하잘 것 없는 일로 뭍혀 버렸다. 문화이벤트의 성공을 위한 선택의 가치가 우선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할 만한 가치가 행사에 부여되기만 했어도 된다. 새천년의 미소를 전승·융화·창조해내기 위해 행사들 속에서 무엇을 문화적 연행으로 보여줄 수만 있어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행사의 면면을 뜯어 봐도 신라 천년의 미소를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부주제를 실천하는 마당도 단순한 행사의 나열이나 모자이크를 보는 듯 하였다.

문화엑스포의 행사를 살펴보면 축제의 맥락을 발견하는 행사와 공연전시로 나누어 볼수 있다. 전자는 행사의 주제를 발견하기 위한 것으로 문무대왕 용되어 납시었다는 이벤트와 개막제의 수로부인 이야기와 전승, 융화, 창조의 마당에서 베풀어지는 퍼포먼스들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거창하게 이끌어 나가던 제목에 비해 스ㄹ토리가 사라진 듯 하였다. 그것은 마치 거창한 책표지를 들춰 내용의 형편없슴을 발견한 독자의 실망과 같은 것이었다.

공연전시는 이보다 형편없어 제주 섬문화 축제행사의 재판으로 보였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새천년의 미소관, 잃어버린 문명의 수수께끼를 찾아서, 문화의 공유를 통한 하나됨, 인류화합 음악제와 같은 엄청난 구호가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 이벤트에 대한 마구제비식 기획은 평소 문화를 대하는 사고의 천박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무엇이든 적당히 주물러 내놓으면 팔아 먹을 수 있는 물건 쯔음으로 여긴 문화 경시가 한몫 한 것이다.

이번의 신라문화의 이벤트화가 신라천년의 고도의 정신세계를 상품이라는 수단으로 대체한 현장이 되자면 적어도 준비기간이 그 백분의 일만 잡아도 한 십년은 되야 하지 않을까. 미흡한 준비과정은 싸구려 문화상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더구나 경주는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수 있을 정도로 유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같은 축제현장에서 추상화하는 작업은 별로 없었다. 즉, 박물관 깊은 곳에 갇혀있던 화석과 같은 유적들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일은 손쉬운 작업이 아니다.

문화산업화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평소의 문화 토양을 돌보는 태도와 관계한다. 그점에서 신라 천년의 미소를 그 신비로부터 벗겨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준비 작업도 천년의 미소를 이해하기 위한 추상화의 결과가 문화엑스포의 모든 퍼포먼스 과정의 핵심이라 해도 된다.

온 나라가 이벤트, 이벤트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준비과정을 보면 걱정이다. 단방에 히트 상품을 내놓고자 애쓰는 상업주의만 횡행하고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무엇을 행사후에 남길것인가 걱정이다.

이런 대형행사를 수백억씩이나 비용을 들여가면서 기획할때는 본전 생각을 안할수 없는 법이다. 문화엑스포도 흥행회사만 배불리고, 개최도시 경주에는 문화발전의 기폭제로 작용하던지 어려운 정치경제를 풀어 나갈 계기로라도 작용하던지 해야할 것이다. 이벤트가 가져다 주는 의미는 어떤계기의 기폭제로 작용하지 않으면 낭비일 따름이다.

대전산업엑스포 때처럼 새벽같이 나갔던 아이가 저녁에 새천년의 미소메달을 걸고 지친 체 돌아왔다. 무얼 보았냐고 물어보자 곰곰히 생각하다 그냥 모르겠단다. 그리고 줄을 따라 그냥 많은 사람 틈새로 한바퀴 돌고 왔단다. 수막새문양에서 따온 기념메달 속의 천년의 미소! 감추어진 미소에는 서글픈 미소가 보이는 것은 왜인지. 학생들이 줄줄이 서서 유치한 볼꺼리를 대충 구경하는 식의 안방잔치는 언제나 없어지려는지. 문화를 싸구려 시장에 대충 내다팔 물건 쯔음으로 여기는 엉터리 문화관은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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