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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學有感


郭 敬 烈
(前 漆谷郡守)

지난 12월 12월 남명학연구원의 정기이사회가 있었다. 모처럼만의 모임이고 보니 주최측과 이사여러분의 얼굴들이 무척 반가웠다.

정기이사회이므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사업결산과 신년도 사업계획을 심의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고 보니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먼저 權淳纘 이사장의 인사에 이어 院長 金忠烈 博士께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와 같이 外風에 侵害받고 요동이 큰 해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다고 전제한 다음, 우리의 지향해야 할 방향설정이 없으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전통사상, 철학이 없으면 세계화를 표방하는 마당에 한낱 노동판의 노동자밖에 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20세기 전반기의 일제식민지와 20세기 후반기의 자본식민지가 말해 주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옛 성현의 사상을 재조명하여 우리의 전통사상으로 거목의 뿌리를 내려야 외풍을 막는 강인한 지주가 될 것이다. 지식이나 기술도 필요하지만 먼저 「能人」다시 말해서 인간, 인성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며, 남명학연구원과 같은 道學思想을 연구하는 곳이 많이 생겨 우리의 뿌리를 굳건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모두 공감하였다.

특히 남명학은 道學이라고 강조하였으니 道學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道란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길, 즉 행위의 당위를 뜻한다. 君臣, 父子, 夫婦, 兄弟 朋友間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義, 親, 別, 序, 信 등으로서 道는 禮를 말한다 하겠다.

이러한 道는 『中庸』에서 率性之謂道(성을 따라는 것을 일러 도라함)라 하였다. 그리고 性이란 天命之謂性이라 하니 하늘이 命한 것이 性이라 하였다. 대체로 모든 사물은 생성 초에 본래적으로 그 사물의 고유한 본성을 가지고 생성됨을 뜻한다. 따라서 인간에게도 인간의 본성이 있으니 그러한 본성을 孟子는 仁, 義, 禮, 智라 하였다. 이렇게 보면 道라는 것은 본성을 깨닫고 그에 따라 行爲를 할 때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性은 性善說이 말하듯 人性本善으로 나면서부터 갖추어져 있는 본연의 바탕을 말함이니 仁, 義, 禮, 智를 지칭한 것이며 그리고 道는 性의 실현을 말함이니 사람이 生을 영위함에 당연히 해야 할 道理로서 孟子가 말하는 五倫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은 유학사상이 그 근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중에서도 程朱의 性理思想이 조선조 500년 동안 크게 발전하였다.

성리학이 수용된 후 15세기 경에 士林이 주축이 되어 행동을 중시하는 학문사상이 나타났으니 이것이 道學儒敎이다.

程朱의 성리학에는 修己的 실천추구의 측면, 즉 道學의 요소가 풍부하니 窮理와 居敬의 중요성을 깨닫고 知行竝進을 이상으로 하였고 存心養性에 입각한 修己가 곧 性理學이 지향하는 爲己之學이다.

특히 한국의 성리학에는 義理의 실천궁행을 강조하는 도학적 성격이 강하였으며 寒暄堂金宏弼先生, 一 鄭汝昌先生은 도학의 실천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 후 조선조 중조에 성리학에 쌍벽을 이루는 대학자가 있었으니 南冥 曺植先生과 退溪 李滉先生이다.

南冥 曺植先生은 지리산에 은거하여 性理를 궁구하였다. 性命을 닦은 후 실행을 주창하고 敬義를 신조로 하여 反躬體驗과 持敬實行을 학문의 목표로 삼았다.

선생은 끝까지 벼슬하지 아니하면서도 현실정치를 외면하지 아니하고 잘못된 정치와 官의 타락을 비판하였다.

제자들에게 主敬果義의 학문을 가르쳐 임진왜란을 당했을 때 布衣의 선비들이 倡義하여 殺身成仁 國難克服에 앞장섰으니 이는 敬義思想을 실천한 도학정신의 승화라 할 것이다.

나는 종래 우리의 전통문화인 유교문화 속에 대대로 몸담아 살아 왔으면서도 한편으로 회의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서구의 과학문명이 범람하는 시대에 유학은 하나의 낡은 학문으로 또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의 IMF 경제위기시대를 겪으면서 절실히 깨달은 바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와 국제경쟁시대에 우리가 굳건히 버티어 나가자면 우리의 뿌리가 깊지 않으면 언제 어떤 외세에 의하여 휩쓸려 가 버릴지 모를 것같은 절박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라 경제도 잘 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선결문제는 오늘날의 기계문명 속에서 상실당하고 있는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가치의 확립인 것이다. 이는 바로 전통문화인 유학이 담당해야 할 절실한 과제라 생각하며 남명학연구원과 같은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기관들이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유학의 인존사상, 의리의 실천궁행을 강조하는 도학정신, 그리고 우리의 가족제도와 같은 장점을 찾아내어 더욱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은 道가 있어야 가치가 있고, 나라는 전통문화의 뿌리가 내려야 바로 설 수 있다는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새기어 보았으면 한다.


戊寅 歲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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