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冥先生評傳 ○
제1장 생애-
2. 成長과 受學(3)
李 商 元
(本院 硏究委員)
김해의 신어산 밑에 山海亭을 짓고 살 때 남명은 持敬에 주력하여 함양공부를 成學의 기초로 삼는다. 무릇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여 明德을 밝히는 일이 첫째가는 공부라 하고 또 敬은 格物하여 致知하는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또 학문은 持敬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主一공부에 힘을 쏟았다.
즉 몸과 마음으로 收斂하는 학문은 욕심을 줄이는 데에 앞서는 것이 없으며 그 까닭에 私慾을 이기는
克己에 진력하여 참된 생각을 깨끗이 하여 天理를 함양하는 공부에 전념하게 된다. (先生編年)
앞서 李浚慶으로부터 심경을 받고서 선생은 存心공부에 힘쓸 것을 다짐하였는데, 이 일을 두고 뒷날 李圭菴이 준 大學 책갑에서 그 일단의 심회를 피력하기를, 공자의“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한 말에 심금을 울림을 느꼈다고 하였다.
李浚慶(1499∼1572)은 字가 原吉이며 號는 東皐, 본관은 廣州(廣陵)인데, 선생과는 일찍이 道義之交로 사귀어서 晩年까지 情宜가 두터웠다. 이준경은 나중 영의정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東皐遺稿가 있고 南冥集에는‘謝李原吉送曆’이란 詩와‘答李相國原吉書’란 편지글, 및‘書李君原吉所贈心둃�’란 跋文이 실려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준경은 선생의 成學과정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생각된다. 곧 그는 남명에게 心돾� 주면서“나는 비록 착하지 못하지만 남이 착하도록 도와주려는 생각은 진실로 얕지 않다. 이 마음을 잘 미루어 나가면 비록 나라 일을 저울눈처럼 분간하는 것도 평범하고 자잘한 일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남명이 뒷날 德山으로 移居하고 이준경이 領相을 제수받아 안질로 고생할 때인 늘그막에도 두터운 芝蘭의 향기가 지속된다.
이준경의 문집 東皐遺稿에 보면, 그가 右相과 左相을 제수 받고 눈병을 이유로 사직하는 상소가 여러 곳 보이는데, 이 때 남명은 그에게 답한‘答李相國原吉書’에서,
“삼가 생각컨대, 저는 깊은 산 속에 살다보니 만나는 것이라곤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산짐승들뿐입니다. 이어 십분 자신의 몸을 돌보고 아끼라고 말씀해 주시니, 진중하고 지극한 뜻으로 멀리하는 마음이 없으신 점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공께서는 소나무처럼 위로 우뚝하게 치솟아, 사람들이 등넝쿨처럼 아래서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한 마디 말씀을 드립니다. 뒤늦게 눈병을 얻으셨다는 사실을 알고서 놀라움과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다만 令公의 눈병이 일찍 낫지 않는 것이 한스럽습니다. 삼가 보살피시길 바라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두 사람의 相長親交는 거의 平生을 두고 지속된다.
선생이 32살 되던 해, 圭庵 宋麟壽(1499∼1547)가 大學을 보내왔다. 송인수는 字가 眉�, 호는 圭庵, 본관은 恩津으로 남명과 교분이 두터웠는데 乙巳士禍로 연루되어 파직되었다가 뒤에 죽임을 당하였다.
규암이 보낸 大學의 책갑 안에 쓴 선생의 글을 보면 科業을 폐하고, 志向하는 학문의 터전을 어디에 두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다.
“ 나 같은 사람은 겨우 삼 사할을 얻어서 태어난 사람인데다 기질적인 병통이 있어서 남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당시에 뜻을
얻었더라면 자신을 그르쳤을 뿐만 아니라 응당 남도 그르쳤을 것이니, 비록 나이 들어 뉘우침이 있은들 잘못을 만회할 수
있겠는가?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혀가 내둘러진다. 비록 평범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모두 나보다 나은 사람
같으니, 다시 남에게 오만하고자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앞의 사고방식으로 살면 小人이 되고, 뒤의 사고방식으로 살면 道를
들은 사람이 되니, 한 치되는 機微를 옮김에 따라 천리만큼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부귀에 대하여 오만했던 한 가지
마음으로 말미암아 사사로운 욕심을 적게 하는 한 가닥 길을 열게 되었다.
그리하여, 착한 일을 하는 것과 악한 일을 하는 것이 모두 터전이 있어서 마치 오늘 씨를 뿌리면 내일 돋아나는 것과
같다는 것을 그제사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곤궁함을 걱정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곤궁함으로 바로 通達함이
되었다. 여러 번 과거에 낙방하여, 곤궁함을 인하여 형통해 지기를 구하다가 가야할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길을 가다가
本地風光을 볼 수 있었고, 父兄의 기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굶주리다가 먹을 것을 얻고, 근심하다가 즐거움을 얻게 되었으니, 나의 곤궁함을 세상 사람들의 통달함과 바꿀 수
있겠는가? 나는 바꾸지 않으리라. 다만 다리 힘이 없어서 용감히 나아가고 힘껏 행하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다. 자신을 잘
돌이켜 볼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이 책에 있으므로 나의 벗이 이로써 나에게 권면한 것이니, 남을 착하도록 도와주려는 그의
뜻이 어찌 쇠를 끊을 수 있는 정도일 뿐이겠는가? 힘쓰기를 게을리하느냐, 부지런히 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으니,
마땅히 단순한 책으로만 보지 않음이 옳으리라.”
이 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선생의 독실한 審機와 踐履의 究極은 나중에 學記類編의 圖와 箚記로 立言되어 幾圖, 神明舍銘, 神明舍圖 등으로 體現된다 그러므로 나중에 先生의 學問은 口耳의‘書自書 我自我’의 空虛한 학문이 아니라 實學에 바탕을 둔 獨特한 學風을 견지하게 된다.
이 해(1532) 成遇(1495∼1546)가 東國史略을 보내왔다. 그는 大谷 成運의 仲兄으로 字는 中慮이며 남명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냈으나 을사사화 때 죽음을 당하였다.
임진년에 남명이 서울에서 가족을 데리고 김해의 옛 집으로 돌아올 때, 그가 전별의 뜻으로 동국사략을 선물하였는데, 이 책은 남명에게 東國의 古事를 살피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선생은 성중려가 선물한 동국사략끝에 쓴 발문(題成中慮所贈東國史略後)에서,
“나는 이 책의 내용 곳곳에 붉은 먹으로 점을 찍어서 山海亭에 비치해 두었다. 山林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산새가 손님이 되고 쇠파리가 더불어 弔問할 적에, 때때로 펼쳐보고 묵묵히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하여, 길이 상상의 나래를 펼침에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이 발문에서 보듯이, 남명은 東國史略을 탐독하여 옛 일을 상고하는 데 專心한 듯 보인다.
또 大谷은 남명이 金海로 떠나가자, 詩로써 그리움을 읊었다.
하늘에 기러기 홀로 海南을 향해 날으니,
때는 바야흐로 가을바람 나뭇잎지는 시절이로고.
땅에 가득한 낱알 닭과 오리가 쪼아 먹는데,
푸르른 하늘 구름가에 저홀로 幾心조차 잊었네.
(冥鴻獨向海南飛, 正値秋風落木時.
滿地稻梁鷄鶩啄, 碧天雲外自忘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