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학연구논총』제6집을 읽고

鄭  炳  浩
(경북대 교수)

오월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지만 경제적 寒波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니 본격적인 단계는 언제쯤이며 대체 그 끝은 어디란 말인가. 그렇다고 茫然自失할 필요도 없고 더구나 自暴自棄해서는 안될 일이다. 서로 책임전가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부터 찾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가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精神文化라는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채 경제성장 제일주의로 치달은 데서 파생된 당연한 결과다. 그러니까 정신문화의 啓發과 宣揚이 경제적 위기 극복은 물론 총체적 난국 타개의 해결책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空理空論에서 벗어난 실천적 학문과 사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런 점에서 南冥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자못 크다고 하겠다.

금번 5월 1일자로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에서는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아『남명학연구논총』6집을 간행하였다. 이번 논총에는 9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 바 남명의 사상과 철학, 문학, 남명집 판본문제, 남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 그리고 及門弟子 崔永慶과 鄭仁弘의 사상을 다룬 글들이 그것이다. 아울러 남명학 연구의 귀중한 참고자료로 德溪 선생의 歷年日記가 부록에 실려있다. 이상의 목차내용으로 보아『남명학 연구논총』6집은 우선 남명의 문학과 사상을 축으로 하여 분야별로 안배한 흔적이 보인다. 분야별로 논문의 성과와 그 한계를 거칠게나마 살피기로 한다.

葛榮晋 교수의 南冥的實學思想硏究와 周月琴 교수의 論南冥哲學之特徵에서는 남명의 사상과 철학을 바라보는 중국학자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갈영진 교수는 남명의 사상을 實體論, 實修論, 經世論으로 나누어 살핀 뒤 이를 敬義의 실천적 사상, 곧 실학사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월금 교수 역시 남명 철학의 특징을 實踐躬行으로 파악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한결같이 남명의 경의사상이 지닌 力動的 活力에 주목한 셈이다. 이런 활력이 무한대로 발산되어 혼란한 시대를 바라잡아 주는 시대정신으로 증폭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편, 갈영진 교수의 글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실학사상이라는 용어는 역사문화적인 성격을 지닌 용어이므로 그 外延의 확대에는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후기라는 역사적 공간과 배경에서 촉발된 실학이라는 학풍을 그 성향이 유사하다 하여 소급하는 일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6집에는 남명문학에 관한 글이 세 편이나 실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적 증가에 비례해서 질적인 진전도 눈에 보인다. 南冥文學의 意味表出樣相과 現實主義的 性格은 정우락 선생의 박사학위논문을 요약한 글이다. 이 논문은 남명사상의 문학적 형상화와 그것의 현실주의적 성격을 정치하게 분석한 글로 사상과 문학을 유기적으로 관련시켜 다룬 점이 돋보인다. 문학과 사상의 행복한 접점을 설정한 셈이다. 한편, 권호종 교수의 南冥 曺植詩의 隱逸心理 管窺는 남명 시에 등장하는 進退出處와 관련된 인물유형을  통해 남명선생의 은일의식의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살핀 글이다. 남명선생이 출처를 살핀 후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에 등장하는 인물형상을 통해 선생의 출처관을 파악하려는 관점은 정당하다. 다만 은일심리를 樂道守志, 知幾相時, 非君不事, 直道事人, 直道佐王, 隱居鹿門, 高臥東山 등과 같이 비슷한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나눔으로써 오히려 논의의 초점이 흐트러진 느낌이 든다. 이상원 선생의 南冥 撰 銘文의 意味分析은 언어학의 의미론을 활용하여 남명문학을 분석한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의미, 기호, 대상의 관계, 곧 의미삼각형에 따라 남명의 명문을 4갈래의 場 - 이원대립항으로서의 안과 밖, 감춤과 묶음의 이중적 의미층위, 幾와 關門의 대응, 上達下行의 通貫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4갈래의 장은 굳이 서구의  언어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생성된 서구의 문학이론이 과연 우리 문학의 분석에 얼마나 유용할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오이환 교수의 실증과 진실(2)은 남명집 판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글은 김윤수 선생의 南冥集의 冊板과 印本의 系統이라는 논문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양한 남명집 판본의 존재가 결국 논쟁을 불러온 셈이다. 두 사람은 초간본과 재간본의 간행연대, 판본계통 및 諸板本의 명칭 문제에서 서로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남명집 판본문제는 남명학 연구의 기초 작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이환 교수의 실증과 진실이라는 글이 기폭제가 되어 남명집 판본의 계통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를 고대해 본다. 아울러 인신공격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객관적 검증과 대안제시를 통한 생산적인 논쟁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한다. 한상규 교수의 朝鮮王朝實錄에 실린 南冥의 歷史的 評價(2)는 국가의 공식기록에 나타난 남명선생에 대한 평가를 소개한 글이다. 여기서는 명종실록에서부터 정조실록에 나타나는 史官의 論評을 통해 남명선생의 실천적 선비상을 두루 제시하고 있다. 차후에 野史나 野談 속에 비친 남명 선생의 형상도 소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민중적 관점에서 바라본 남명선생의 형상은 어떨지 그것이 궁금하다.

최해갑 교수의 崔永慶의 生涯와 思想, 권인호 교수의 來庵 鄭仁弘의 至治主義的 學問性向과 改革思想은 남명선생 급문제자의 사상적 성격을 다룬 글이다. 이를 통해 德門學脈의 후대적 전승과정과 그 성향을 포착할 수 있다. 특히 권인호 교수의 글은 기존의 정인홍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집필된 것이다. 그는 西人이 자신들의 정변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인홍에게 廢母殺弟의 누명을 뒤집어 씌운 것이라고 하면서 정인홍의 伸永昌疏再箚라는 글을 논거로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역사 바로세우기는 인물의 功過에 대한 공정한 평가에서 비롯됨은 췌언할 필요가 없다. 권인호 교수의 글을 계기로 정인홍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敍上한 바와 같이『남명학연구논총』6집에 수록된 글을 분야별로 나누어 그 의미와 한계를 거칠게 살펴보았다. 나무 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숲을 그냥 지나치는 우를 범하지나 않았는지 매우 걱정스럽다. 보다 다양한 주제와 깊이있는 내용의 남명학연구논총 제7집, 그  새로운 남명학 地形圖와의 조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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