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2
남명연원을 찾아서(6)

忘憂堂 郭再祐

朴 英 鎬
(慶北大 敎授)

紅衣將軍 郭再祐는 字가 季綏, 號가 忘憂堂으로 玄風人이다. 明宗 7년(1552)에 慶尙南道 宜寧郡 柳谷面 世干里 外家에서 태어났다.

선생의 家系는 高麗때 金吾衛校尉를 지낸 子儀를 始祖로 하는데 그는 선생의 13代祖이다. 대대로 玄風 率禮(現 大邱廣域市 達成郡 玄風面 大洞)에 世居하는 大族으로 高祖 承華는 寒暄堂 金宏弼과 함께 畢齋 金宗直의 문인으로 嶺南士林派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曾祖인 瑋는 縣監을 지냈고 祖父 之藩은 文科에 及第하여 府使를 지냈으며, 父 越도 문과에 급제하여 監司를 지냈다. 叔父와 從叔도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再從叔 은 丁酉再亂 때 黃石山城에서 殉節하여 一家에 忠孝烈 三綱으로 유명한 분이다. 또한 선생은 南冥 曺植先生의 外孫壻로서 南冥 문인인 東岡 金宇 과는 同壻間이었다.

선생의 66年間의 生平을 四期로 나누어 살펴 보기로 한다. 제1기는 出生에서 27세까지로 學問을 닦아 科擧하기까지 세상을 관찰하던 시기이며, 제2기는 40세까지로 罷榜을 당한 뒤 漁釣에 뜻을 두었던 시기이다. 제3기는 50세까지로 壬辰亂에 奔走했던 시기이고, 제4기는 66세 卒年까지로 忘憂堂을 짓고 穀하던 시기, 國事에 자신의 주장을 펼쳤으나 不聽되어 終焉을 준비하던 시기이다.

각 시기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제1기인 7세에 사람들을 驚異롭게 하였는데, 天資가 豪邁하고 氣象이 凝重하여 눈을 뜨고 바라보면 光彩가 번쩍거렸다고 한다. 8세 때부터 학문을 익혔는데, 독서하는 태도가 아주 좋았고 14세에 春秋傳을 潛心硏究하였으며 15세에 百家의 학문을 깊이 꿰뚫었다. 16세에 南冥의 사위인 金行의 둘째 사위가 되었는데 맏사위는 東岡 金宇 이다. 19세에 학문하는 餘暇에 射御書數 등 六藝와 兵家書를 익혔다. 23세에 先大夫가 義州牧使에 부임하자 陪往하였고 27세에도 先大夫를 陪行하여 中國 明京을 왕래하였다.

제2기인 34세에 ‘唐太宗敎射殿庭論’으로 庭試에 及第했으나 諱語를 犯觸했다는 이유로 罷榜되었다. 35세에 先大夫 定菴公이 別世하자 新塘 先塋 아래에서 3년을 侍墓하였다. 38세에 宜寧縣東 江上에 遯池江舍를 落成하고 科擧業을 포기하고 漁釣自樂하며 40세까지 江舍에 머물렀다.

제3기인 41세에 倭賊이 入寇하여 列邑이 土崩瓦解될 때 守令, 監司 등이 奔遯하자 先塋을 夷平하여 封墳을 없애고 繼母 許氏와 家率을 深谷으로 피난시켰다. 4월 22일 世干里에서 起兵, 義兵活動을 전개하였고, 7월에 幽谷察訪, 刑曹正郞에 除授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고 10월에 助防將에 승진되었다. 이 때 ‘上招諭使’, ‘通諭道內列邑文’, ‘倡義時自明疏’ 등을 지었다. 42세에 金誠一의 喪에 往哭하였고 星州牧使兼助防將에 제수되었다.

43세에 金德齡과 ‘答金將軍書’ 등의 서신을 교환하며 岳堅山城을 修築, 守城하였고 明軍의 嶺南 進駐를 반대하였다. 44세에 晉州牧使에 제수되었으나 棄官還鄕하였고, 46세에 丁酉再亂으로 昌寧의 火旺山城을 지켰고 8월에 母憂를 당하자 蔚珍에서 居喪하였다. 48세에 慶尙左道兵使에 제수되어 부임하였고, ‘島山城修築便宜事’를 朝廷에 啓請하였다. 49세에 辭職疏를 올리고 歸還하였는데 이 때의 글이 大司憲의 彈劾을 받아 靈岩郡에 付處되어 50세까지 謫所에 있었다.

제4기인 51세에 풀려나서 琵瑟山에 들어 餐松 穀하였는데 靈山縣 滄巖에 忘憂亭을 지었다. 53세에 察理使로 城池를 살폈고, 善山府使, 安東府使에 제수되었으나 不赴하였고, 嘉善大夫 上護軍이 되어 漢城府右尹이 되었다. 55세부터는 江舍에서 起居하였는데, 56세에 鄭逑, 張顯光이 乘舟來訪하자 함께 船遊하였다. 57세에 宣祖가 죽고 光海君이 즉위하자 ‘討逆疏’,‘斥全恩疏’를 올려 極論하였다.

58세에 慶尙右道兵馬節度使, 三道統制使에 제수되었으나 不就하였고, ‘中興三策疏’, ‘陳時弊五事’를 上疏했다. 60세 이후에도 江舍에 있었는데 62세에 永昌大君을 救하는 疏를 올렸고, 64세에는 南冥先生의 爵諡를 宜寧縣衙에서 擧行하자 往觀하였다. 66세 봄 脹症으로 藥을 거절하고 4월 10일 생을 마쳤다. 光海君이 致祭를 명했고 8월에 玄風縣 仇知山 新塘 壬坐에 葬禮지냈다.

선생은 儒家思想과 仙道思想을 조화롭게 受容하여 竝行하였다. 선생은 豪邁한 天資로 학문에 精進하여 많은 서적을 讀破하였으며, 일찍이 “春秋傳”을 읽어 大義에 대해 깊이 사색하였고 文武才藝도 兼備하였다. 南冥先生으로부터 “論語”를 배웠는데 특히 大義를 밝힌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周易”을 통해서 仁을, “春秋”를 익혀서 義를 터득한 것이다. 선생이 이러한 사상과 학문을 체득함에 따라 41세 때 壬辰倭亂이 터지자 敢然히 倡義起兵하였던 것이다.

또한 陰陽災異의 사상도 披瀝하여 天理와 人事가 둘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런 原理를 貫通하는 근본은 다름아닌 出天之性과 良心이라는 것, 大本이 서야 한다는 것 등을 性理學的, 心性學的으로 說破하기도 하였다. 선생은 그토록 憂患이 많은 시대를 살면서, 그리고 非理가 많다고 생각되는 시대를 살면서 忘憂하는 智慧에 도달하였으며 그 결과가 바로 穀이었다. 마치 方外人처럼 행동하였지만 언제나 나라에 대한 근심과 걱정은 그칠 날이 없었다.

요컨대 선생의 일생에서 壬亂까지는 儒家思想이 支配하였고 그 이후는 仙道思想이 優勢하였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의 학문은 春秋學에서 得力하였고 사상은 義理와 忠節이 根幹을 이루었다. 간절한 衷情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君王을 생각하는 정성은 때로는 鬱憤으로, 때로는 直諫으로 表出되었다. 그러나 心血을 吐露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는 不得不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緣由에서 超然히 세상을 벗어나 혼자의 길을 걸은 듯하다. 참으로 선생은 불타는 熱情으로 一生을 살고 간 시대의 英傑이었다.

다음으로 선생의 文學世界를 살펴보자. 선생의 詩는 自由의 空間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文字로 形象化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仙界를 志向하는 一念이라 해도 過言이 아닐 정도이다. 自와 無의 兩界를 조화시키려는 詩的인 노력, 自는 열림으로부터 닫힘을 삼고, 無는 닫힘으로부터 열림을 추구하는 精神的 境界이다. 自와 無가 서로 內在하여 調和의 辨證法을 演出한 境地이다. 또한 詩語가 平易하고 明白한 특징이 있다. 선생은 生生化化하는 自由의 原則을 긍정하였기에 물러나도 애석해 하지 않았고 所有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그러한 경지를 시로 形象化하였던 것이다. 더욱 시의 이러한 意象 자체에도 執着하지 않은 絶代 自由의 시를 지었던 것이다.

선생의 文章은 書, 論, 文, 狀, 疏 등이 있는데, 書에는 春秋大義를 밝힌 편지가 많다. 아들에게 보낸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사위에게 보낸 살림을 잘 꾸리라는 알뜰한 부탁 등이 담긴 書信이다. 그리고 宋나라 張浚將軍을 峻烈히 꾸짖은 ‘張浚論’, 金 의 肝膽을 서늘하게 한 ‘檄巡察使金 文’ 등의 秋霜같은 글도 있다. ‘與李道純江舍’라는 편지는 偏狹한 所有의 세계를 벗어나 自得의 경지에 든 느낌을 주는 글이다. 大自在하여 自由世界에 逍遙하는 그런 心靈界이다.

선생의 文學思想은 한 마디로 達意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은 가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詩文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浮華한 修飾보다는 차라리 短拙함이 낫다는 의식을 가졌던 것이다.

끝으로 선생의 眞面目을 엿볼 수 있는, 59세에 올린 ‘陳時弊疏’의 末尾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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