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명학연구논총』 제5집을 읽고

이 상 원
(본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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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冥學硏究院에서 펴낸 『남명학연구논총』이 벌써 5집을 세상에 내 보이게 되었다. 97년 4월에 발간된 제5집은 '97년 2월 17일-1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2회 ‘남명학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을 비롯하여 모두 13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논총에 수록된 논문 가운데 몇 편의 글을 가려서 그간의 쌓아 온 연구성과에 대해 관심과 이해의 폭을 더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지면의 제약과 필자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여 모든 수록 논문을 자세히 검토하지 못함을 무엇보다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소개 논문의 선택도 모두 필자의 개인적인 관심과 이해의 범주에 가려져 개괄적인 검토에 한정된 것을 밝히면서 졸문의 변명으로 삼는다.

2

먼저 「南冥政治思想硏究」(周道濟, 전 대만대 교수)는 남명의 정치사상의 연원과 기초를 밝히고 그 사상의 구체적인 주장과 특징을 천착하고 있다.

남명선생의 정치사상의 기초로써 性善, 人義, 格致誠正修齊治平, 力行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정치사상의 구체적인 주장면에서는 ①王道, 仁政 및 德治의 倡導, ②以君爲尊 以民爲本, ③政治의 要諦는 用人, ④철저한 改革과 엄격한 執行을 希望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또한 南冥先生의 政治思想의 특징은 ①愛國憂時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며, ②進退出處에 한결 같이 구애되지 않는 점을 들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각 항목을 일관하면 남명의 정치사상은 孔孟의 道로써 근본을 삼고, 높고 순정한 한 사람의 處士精神에서 발원하고 있음을 明晳하고 있다.

3

「실증과 진실」(吳二煥, 본원 상임연구위원, 경상대 교수)은 그간의 南冥學 연구에 礎石을 놓은 오교수의 남명집 판본 연구에 관계된 후속(follow-up)논문이면서 동시에 「남명집 판본 연구상의 쟁점」(金侖秀, 경상대 한문학과 강사)에 대한 반박논문의 성격을 갖는다.

남명집 판본연구는 올바른 남명학의 定礎를 위해서 가장 공이 많이 들고 지난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남명학이 그 동안 많은 연구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고 길을 닦아온 오교수의 이 방면의 탁월한 업적을 모두가 看過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 외롭고 험난한 판본사 연구에 또 한 사람의 길동무를 얻고 있다. 학문은 공유하되 때로는 포섭하면서 外延한다. 그리고 엄정한 방법을 통하여 객관화되고 검증된다. 이미 『남명집』 교감국역본의 작업을 통하여 그 지난한 작업을 마무리 짓고, 이 방면의 한 연구자로 그 성과를 이룩한 金侖秀씨에게 동학의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제 우리는 『남명집』의 판본연구에 있어 두 분의 든든한 길잡이를 얻은 셈이다.

오이환 교수의 「실증과 진실」에서는 판본연구에서 드러난 爭點을 조목조목 들어 해명하고 있다. 필자는 판본연구에 과문하고 또 두 분의 논거에 대하여 덧붙일 자리에 있지 않다. 다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러한 반박, 재반박의 논문은 이미 서구의 연구풍토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며, 이는 학문의 연구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두 분의 연구성과가 날을 더하여 더욱 정리되고 통합되어 未久에 올바른 판본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두 분의 앞으로의 연구성과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자 한다. 두 분의 노고는 오직 엄정한 사실과 객관화를 통해 검증되고 공유될 것이라 확신한다.

4

「南冥學派의 實學思想硏究」(權仁浩, 本院 常任硏究委員, 大眞大 敎授)는 이미 논제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절반은 때로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實學’이라는 논제의 방아쇠(trigger)가 그 점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실학의 개념과 정의가 어디까지 外延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權仁浩 교수는 우리가 이미 선을 그어 놓은 그 테두리를 周旋하면서 南冥의 실학적 면모에 대하여 개연성의 깊이와 폭을 심화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넘어선다는 말이다. 논거의 출발점은 時代的 狀況과 性理學 및 實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학파의 실질적 연원 학맥과 학문경향을 통하여 기존의 實學派에 대한 ‘實學’이라는 용어의 쓰임새에 대하여 다시 검토하면서 남명학파가 이루어낸 실학적 학풍과 그 사상을 논문의 중요한 동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거의 視角에 있어서는 앞으로 많은 검토와 보완이 요구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인호 교수의 시각은 남명학의 시야를 넓히고, 선생의 실학적 면모에 대한 다양하고도 심층적인 접근을 통하여 기존의 남명학파에 대한 막연한 실학적 학풍에 대한 개연성을 객관화하여 이를 통찰해 내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5

「김창협 학파의 남명학 비판」(趙南浩, 서울시립대 강사)은 남명학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정적 관점은 결국 남명학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의 틀 안에서 수용되고, 크게는 남명학 끌어안기의 작업에 다름 아니다. 김창협 학파가 남명학파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찰하고자 한다는 논지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남명학파의 부정적 견해에 대한 몇 안되는 연구로서 그 의의는 자못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명과 그 제자들이 “주자학의 이론적 완성을 추구하지 않았고 주자학의 개념을 모순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자유롭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로운 개념사용은 대충 그들의 이론을 짐작하게 할 뿐이지 새로운 이념들의 제시로 연결되지 못하였다.”는 末尾의 結辭는 검토해 볼 만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과연 남명학(파)의 주자학적 면모가 根幹에서부터 이탈하고 있는가? 學風의 다양성이나 개방적 학문태도에서 胎生되는 일종의 폄하(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지어)가 아닐런지? 또한 남명학파가 이끌어낸 새로운 이념들은 과연 없는가? 이러한 모든 의문들이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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