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南冥精神의 延義的 方法 試論

李 商 元
(本院 硏究委員)

1

세기를 넘는 길목에 서서 과연 南冥先生이 우리에게 한 말씀을 내린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이 될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 스승의 정신이 오늘을 일깨우는 惺惺의 방울소리가 되고 사람의 올바른 길잡이로서 새로이 延義되어야 한다는 當爲에서 拙文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어지러운 가치 부재의 현실에서 아노미의 소용돌이가 거세면 거셀수록 南冥精神의 올곧은 연의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윽한 산림에 묻혀있는 산해가 아니라. 사람들이 붐비는 압구정에서, 외진 섬에서, 그늘진 구석에서도 기산심해의 골기있는 선생의 정신이 더욱 당당하게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이제 선생이 끼치신 그 원형의 정신을 캐내어 가장 한국적인 선비정신의 문화 인프라(infra)를 세계에 구축하여야 한다.

압구정에서 선생의 꼬장꼬장한 해타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세계의 유수한 대학 도서관에서 선생에 대하여 연구할 수 있는 기초 학술자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모두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그 정신과 가치를 올바르게 계발할 수 있을 때, 세계에 비로소 가장 한국적이며 가치있는 정신의 원형을 이식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이 많이 읽고 존경하는 위인들의 모습은 과연 누구이며 그들은 어느 나라의 사람들인가. 그 위인들 중에 한국인의 원형이 얼마쯤이나 형성되어 있는가.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청소년의 심상에 각인된 위인 가운데는 워싱턴, 퀴리부인, 나폴레옹, 에디슨 등 이방의 정신적 퇴적층들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성장하여 이 나라를 짊어지고 어떻게 올바른 제 나라의 혼을 지닐 것인가.

우리에게 과연 괴테, 간디 등과 같이 나라의 혼을 일깨우는 세계로 열린 문화 인프라가 있는가, 우리의 선비문화가 표징하는 인물들에 대하여 세계로 열린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 문화유적의 곳곳은 의미없는 죽은 하드웨어(hardware)만 번듯하게 차려져 있고 그 혼과 정신이 펄펄 살아서 움직이는 소프트웨어(software)는 찾을 길이 없지는 않은가. 참으로 깊이 반성하고 시급하게 바로 잡아야 할 우리의 부끄러움이다.

수 년전 전국적인 충효교육의 선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대통령이 충효교육을 실시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교육부장관과 도교육감, 각급 교장단의 일사불란한 지휘로 충효교육의 실시가 일선학교에 하달되었다.

방학이 끝난 뒤 한 시골 초등학생이 등교를 하자, 학교 정문가에 ‘忠孝’라고 새긴 돌덩이가 하나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물었다. “선생님 저게 뭐예요?” 선생이 답하길 “아, 그게 충효교육이란다” 이것은 우리 정신교육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例話일 뿐이다.

2

이제 우리는 남명정신과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이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세계로 향하는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구차한 명분이나 기성의 틀을 과감히 깨고 연화된 체제로서 선생의 유산에 대한 총체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여 이를 延義해 나아가야 한다.

아직 시기상조라든가, 인원이나 예산부족이라든가 등의 변설은 옆으로 밀쳐두기로 하고 발상의 전환을 꾀하여야 한다. 가령 선생의 언로에 대한 강직한 정신을 본 받아 丹城疏에 버금가는 언론을 창달한 언론인에게 南冥言論賞을 제정하여 民本主義의 목탁이 塵世에 울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선생의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山淸과 金海, 陜川, 晋州를 중심으로 문화 인프라가 종합적으로 구축되고 그 유적지의 건물이나 사적지의 하드웨어에는 살아서 숨쉬는 선생의 사상강좌나 교육 등의 소프트웨어가 상시로 개설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이름난 문화 유적지에는 그 외형의 유적이나 유물뿐만이 아니라 이를 다양하게 접근하여 이해하고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남명선생의 유적지에 가보면 한결같이 굳게 잠긴 문밖에서 망연히 겉모습만 살펴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드웨어는 번듯하게 차려놓았으나 그 소프트웨어는 찾아서 운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虛名欺世하는 오늘의 세태를 종종 꼬집고 있지만, 이는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볼때 그 진정한 물꼬가 트이리라 믿는다. 鑑於人하는 자세야말로 선생의 사상과 정신의 延義를 실천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리라 믿는다.

남명학이 무엇인가. 선생의 총체적인 정신유산이 百世를 넘어 살아 숨쉬도록 延義하는 책무를 당세를 짊어진 후인들이 이룩해 내야하는 까닭으로, 쉽사리 이름할 수 없는 南冥學이 아닌가. 이제 열린 마음으로 南冥學의 문호를 세계에 활짝 여는데 우리 모두가 진력하여야 한다. 선생의 유적뿐만 아니라 그 사상과 정신을 통합적으로 계발하고 종합적인 문화 인프라를 세워서 韓國知性史에 올연한 남명선생의 진면목을 세계에 선양하기 위해서 이제 남은 세기의 여력을 다함께 쏟아 부어야 한다.

스승의 사상과 정신이 좀더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현대화하는 ‘用의 技術’을 도입하여야 한다. 스승의 얼이 體의 眞玉이라면 이제 이를 좀더 알기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화하여 體와 用의 絶妙한 配合을 꾀하여 人類의 普遍的 문화유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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