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1

기획시리즈1
남명학파 고문헌 소개(5)

『安分堂實紀』

金敬洙
(本院事務局長)

1. 著者 및 刊行經過

卷數의 표시가 없이 1冊으로 된 『安分堂實紀』는 『源塘文集』과 合本으로 구성되어 있다. 木活字本의 이 책은 板心의 文樣이 上下二葉魚尾로 되어 있다. 책의 앞 부분은 安分堂權逵에 대한 여러 기록들을 묶은 것이고, 뒷 부분은 그의 아들인 源塘權文任의 글과 그에 관련된 글들을 수록하였다.

안분당 선생의 생애를 實紀의 年譜와 行狀 및 『德川師友淵源錄』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선생은 燕山君 2년 丙辰(1496)에 父親인 內禁司正時得公과 母親인 驪興閔氏(牧使閔旭禎의 女)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曾祖父 때부터 자리잡은 山淸의 丹溪이며, 本貫은 安東이고 字는 子由이다. 21세 때 圃隱鄭夢周 선생의 5世孫인 參奉浣의 따님을 아내로 맞이하여 이후 文顯·文著·文任·文彦 등 네 아들을 두었으니, 모두 『덕천사우연원록』에 南冥선생의 門人으로 기록되어 있다.

선생은 남명선생보다 5살 年上이지만 남명선생의 부친인 判校公이 선생 祖父의 墓碣銘을 지었던 것과 같은 先代부터의 인연과 두 분의 학문적인 交遊로 깊은 道義之交를 맺고 있었다. 31세 때 남명선생의 부친상을 당하여 弔問하였으며, 50세 때에는 金海의 山海亭으로 남명선생을 찾아가 학문을 토론하고 돌아와서 이르기를 “절벽이 우뚝하기가 만 길이나 되는 氣像을 가지고 있으며 그 涵養공부는 敬義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니 참으로 올바른 학문이다”라고 하여, 그 이듬해에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난 셋째 아들 文任을 束脩의 禮를 갖추도록 하여 門下에서 공부하도록 하였다.

한편 선생은 어려서부터 부친의 命에 따라 科擧공부에 열중하였지만 鄕試에 여러 차례 합격하고서도 大科에 及第하지 못했는데, 39세 때에 드디어 “彛倫의 本分上 마땅한 바가 갖추어져 있는데 어찌 마음을 名聲과 利益에 쏟겠는가?” 하고는 母夫人에게 告하고 과거를 영원히 포기하였다. 40세 때에는 “세상의 즐거움은 분수를 편안히 여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어찌 운명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고 분수 밖의 일에 급급하겠는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하고, 별도로 亭舍를 지어 「安分」이라 편액하였다.

51세 때에는 宜春〔宜寧〕에 온 退溪 선생을 만나 交遊하였으며, 이 때 퇴계 선생이 詩를 한 首 지어 주었는데 지금도 전하고 있다. 한편 이 해에 明宗이 儒行으로 參奉에 제수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이 후 선생은 53세의 나이로 명종 3년 戊申(1548)에 세상을 떠나니, 遠近의 知識人들이 모두 「宿德亡矣」라고 하였다. 訃音을 듣고서 남명 선생도 찾아와 哭하였으며, 葬地도 직접 잡아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源塘權文任은 안분당의 第三子로서 中宗 23년 戊子(1528)에 태어났으니, 字는 與叔이다. 그는 19세 때에 부친의 命으로 남명 선생의 門에 들어 공부하였으며, 남명 선생이 덕산으로 들어온 이후인 32세부터는 자주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33세 때에는 山天齋에서 한 달 이상 머물렀다고 나타나 있다.

34세 때에는 伯兄文顯과 함께 鄕試에 합격하고, 이듬해에는 進士試에 합격하였으며, 49세 때에는 文科에 급제하여 金海府學敎授에 제수되고 다음해에는 潭陽府學敎授에 제수되었지만 모두 나아가지 않았고, 오히려 泉石之間에 집을 지어 源堂이라 하고서 晩年의 藏修할 장소로 삼았다. 또한 52세 때에 檢閱에 제수되었지만 나가지 않았으니, 대개 남명 선생의 영향이 많았다고 보여진다. 그도 父親과 마찬가지로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臨終時에 婦人과 여자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으며 아들들을 불러 修身行己의 道를 말하고 담담하게 서거하였다고 되어 있다.

안분당과 원당 두 父子는 당대 이 지역에서 名望이 아울러 높았으며, 주위의 名賢들과 폭넓은 交遊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것은 안분당 선생을 기려 文山마을에 일찍 文山書堂을 건립하였고, 1844년에는 이를 書院으로 승격시켜 두 분을 배향하였는데 대원군 때 훼철된 것을 뒤에 다시 文山書堂으로 복원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안분당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는 산청군 단성면 입석리에 敬岡精舍와 遺墟碑가 있고, 사월리에 遺墟祠가 남아 있다.

이 책의 刊行經過를 살펴보면, 우선 간행시기에 대해서는 小山李光靖이 쓴 序文의 年記는 壬寅 4月로 되어 있으니 1782년임이 확인된다. 그러나 12代孫인 璞容이 쓴 『안분당실기』의 跋文에는 「上之十九年壬午」라고 되어 있으니 곧 高宗 19년, 즉 1882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또 책의 맨끝에 後孫인 進士在奎가 跋文형식으로 쓴 글의 年記에는 「上之二十五年戊子二月下浣」이라 되어 있으니, 곧 고종 25년으로 1888년임이 확인된다. 결국 이 책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1888년 2월에 목활자본으로 간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하겠다.

그러면 이와 같은 간행의 우여곡절은 어떤 것인가? 원래 안분당의 글은 적지 않게 남아 있었지만 丁酉再亂 때에 거의 燒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록은 6대손인 權重道가 撰한 「家傳實錄」에 보이며, 이 시기에 안분당에 관한 글을 수습하고서 7대손인 佶과 이 實紀의 기본형태를 꾸미고서 이광정에게 序를 부탁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서문도 처음에는 大山李象靖에게 부탁하였던 것인데, 이상정이 병으로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아우인 이광정이 쓴 것으로 序文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한동안 책의 간행과 관련한 다른 기록은 없고 1843년 문산서원의 창설과 즈음하여 그와 관련한 글들이 추가되고, 다시 그 후에 묘갈명 등을 추가하여 책의 체재를 온전히 갖춘 뒤인 1888년에 이르러서야 간행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2. 體裁 및 내용상의 特徵

이 책의 첫머리는 이광정이 쓴 「序」로 시작되는데, 서문의 내용을 보면 『안분당실기』에 대한 언급만 있고 『원당집』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글이 쓰여질 당시에는 두 책을 合本할 계획이 없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 다음은 「年譜」가 실려 있는데 부분적으로 기록이 누락된 해가 많이 보이니, 이는 연보의 끝부분에 `선생의 文蹟은 兵火에 모두 소실되어 년보 가운데 수록한 것은 단지 집안에서 가지고 있던 단편들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연도에 따라 갖추어 수록할 수 없었다(先生文蹟盡逸於兵譜中所錄只據家藏斷爛不得遂年備錄)'고 하는 것에서 까닭을 알 수 있다. 이어서 權佶의 交友인 朴來吾가 쓴 「行狀」이 실려 있다.

그 다음은 세 편의 「墓碣銘」이 있으니, 처음 것은 아들 文任이 간략히 쓴 것이고, 두 번째는 조선 후기 영남의 大儒였던 許傳이 ‘지킴이 확고하고, 道는 傳一했으며, 배움은 돈독하였고, 性은 돌이켰으니, 군자로다 이 사람이여! 德을 숭상했도다 이 사람이여!(守之確道之適學之篤性之復君子哉若人尙德哉若人)’라고 銘한 것이고, 세 번째는 姜蘭馨이 撰한 것으로 銘 중에 ‘멀리는 孔子에 소급하고 가까이는 宋儒에 接하였고, 科擧 공부 사절하고 나의 즐거움을 찾았네!(遠溯洙泗近接濂洛謝彼擧業尋我所樂)' 라고 칭송한 구절이 있다. 그 다음은 從侄인 世倫이 지은 「祭文」이 있다.

이어 退溪 선생이 지어준 詩가 실려 있다. 다음은 李時 이 쓴 「縣誌」가 실려 있는데, 이는 안분당 선생의 집안에 대한 기록으로써 『丹城縣誌』에 실린 것을 발췌한 것이다. 이어 이 책의 기본 체재를 갖춘 6대손 重道가 쓴 「家傳實錄」이 있고, 「贊」이 두 편 실려 있고, 「遺」 세 편이 이어져 있다. 그 뒤에 9대손 顥明이 쓴 「追敍」가 있다.

그 다음은 文山書院과 관련한 기록들이 있는데, 권호명이 쓴 「文山書院廟宇上樑文」, 10대손 憲貞이 쓴 「講舍上樑文」, 縣監崔遇亨이 쓴 「奉安文」, 前縣監張錫愚가 쓴 「常享祝」, 縣監李源龜가 쓴 「陞享告由文」이 이어져 있다.

그 뒤에는 跋文이 세 편 있으니, 각각 旁孫正立과 李彙溥, 그리고 李源龜가 쓴 것이다. 이어서 후손 憲貞이 쓴 「謹書先祖行錄後」가 있고, 『안분당실기』의 마지막에 12대손 璞容이 쓴 跋文이 붙어 있다.

『源塘集』은 첫머리에 역시 「年譜」가 있다. 이어서 원당이 직접 지은 詩 3首가 있는데, 각각의 詩에는 5대손 重道의 설명이 붙어 있다. 여기서 시선을 끄는 것은 「桐江訪子陵」이란 長篇詩다. 이는 光武帝의 부름을 거절하고 桐江에서 낚시질로 세상을 마쳐 지조로 후세에 이름을 남긴 嚴光을 칭송한 詩로 벼슬길에 대한 그의 태도를 알 수 있으며, 남명 선생의 「嚴光論」과 좋은 대비가 된다. 그 다음에는 祭文이 두 편 있는데 첫 번째는 「祭南冥先生文」이고, 두 번째는 「祭吳德溪文」이다. 남명선생제문에서는 스스로를 孤哀子라고 칭하여 선생에 대한 지극한 尊慕의 情을 드러내고, 선생을 ‘山立玉色秋月氷壺’로 비유하고 있다. 이어서 『안분당실기』에도 실린 「先考安分堂先生墓碣銘」이 실려 있다.

이후는 부록으로서 벗들과 後人들이 쓴 글들을 묶었다. 먼저 「德溪先生贈別韻」과 「姜敬齋贈別韻」이 있고, 河受一의 「輓詞」가 그 다음에 있다. 그 다음은 후손들이 지은 「贊」, 「行錄」, 「追敍」가 있고, 이어 아들 濟가 쓴 「墓誌」와 「碑文」이 이어져 있다. 그 다음은 안분당 선생과 마찬가지로 許傳이 지은 「墓碣銘」이 있는데, 銘에 이르기를 ‘안으로는 어진 부친이 있고 밖으로는 엄한 스승이 있어, 敎의 근본을 세우고 德의 기반을 이루었네. 孝友를 독실히 행하고 敬義를 힘써 행했으니,……(內有賢父外有嚴師立敎之本成德之基篤行孝友力行敬義……)'라고 하였다. 그리고 9대손 憲貞의 「埋誌文」과 縣監崔遇亨이 문산서원 봉안 때에 쓴 「奉安文」이 있고, 遺로서 「南冥先生師友淵源錄」의 기록이 발췌되어 있고, 역시 李時 의 기록인 『丹城縣誌』의 기록인 「本縣邑誌」가 있다. 이어 姜蘭馨의 跋文이 있고, 다음에 9대손 憲璣가 쓴 「謹書桐江詩後」가 있으니 이 詩는 남명 선생의 嚴光論과 表裏관계에 있다는 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어 11대손 璞容의 跋文이 있다. 그 이후는 안분당과 원당 두 선생을 문산서원에 봉안하기 위한 일을 추진할 때 돌린 진주향교, 함안향교, 고성향교, 고령향교, 성주향교, 德川會員 등의 通文이 실려 있고, 이 일과 관련하여 道內의 儒林이 禮曹에 올린 「呈春曹道儒狀」이 뒤에 있으며, 예조의 회신이 붙어 있다. 책의 맨끝에는 후손 在奎가 지은 跋文이 있다.

이 책에는 안분당 선생이 직접 지은 글은 없고, 그 아들인 원당 권문임의 글은 몇 편만 남아서 실려 있고 나머지 책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글로 채워져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안분당 선생 一家에 대한 연구에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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