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代 交替期의 問題意識과 그 解決方案

金 忠 烈
(本院 院長)

1. 21세기를 맞는 자세와 문제의식

이제 4년여 뒤면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를 낙관과 호기심을 가지고 가슴 설레며 고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일부 政經人의 선전구호 같은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21세기는 동양의 시대, 태평양의 시대”가 될 것이고 그 주도권을 우리 나라가 잡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그 누군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꿈이 실현되기에는 너무나도 준비된 것이 없고 가능성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좀 유감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확증이 있어야만 단언하고자 하는 진솔한 학자의 입장에서 전망할 때, 우리에게 21세기 특히 그 가운데 전반부 이십여 년간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어려운 고비가 될 것이다. 지금의 현실을 딛고 미래를 전망할 때 그렇게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자. 60년대부터 시작된, 이른바 산업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은 삼십여 년간의 강인한 정성과 의지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 온 저돌적 추진력으로 그야말로 세계에 과시할 만한 성취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약점이 ‘速成速敗’라는 말도 있듯이, 요즈음 그 성장의 길머리에서 秋氣가 감돌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서양의 경제사에서도 恐慌이라는 위기가 주기적으로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가 삼십여 년간의 지속성장, 그것도 유례없는 고도의 성장을 해 왔으니 주춤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싶다. 이치상으로도 무한성장이란 있을 수 없으니 이제부터는 내리막 길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적이며 숙명적인 과제로 통일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할 때 21세기 초에는 이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통일 후의 정리정돈과 통일민족으로서 새 장정의 채비를 차리는데 필연적으로 많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자면 아마도 이십여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 즉 경우에 따라서는 답보상태 내지는 하강국면을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의 국력이 세계를 주도할 겨를이 있겠는가?

더욱이 결정적으로 중대한 위기 요소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여전히 浮動하는 측면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점이 안으로는 자기 중심마저 가누지 못하는 총체적 ‘人性墮落’현상을 일으키고 있고, 밖으로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생존터전인 우리의 산하를 오염으로 황폐화시켜 총체적인 ‘自然破壞’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작물을 더 이상 경작할 수 없는 땅, 숨쉬기에 부적당한 공기, 마실 수 없는 물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온 세계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직면한 난제가 바로 자연 생태계의 회복과 인간 도덕성의 정립에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피부에 와 닿아서 그런지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감이 있다. 그 열악화의 정도가 가속화 되고 있고 이 위기를 느끼고 지르는 아우성 소리는 높아가지만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속수무책인 양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가? 흔히 철학하는 사람을 비꼬아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인 공리공담이나 논하면서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이론을 옹호하는 데에만 급급한 사람이라고 조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조소를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한 평생 철학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그 동안의 철학함을 통하여 얻은 문제발견의 혜안과 문제의식의 고뇌, 그리고 그 고민을 치유하기 위해 진지하고 정밀하게문제에 접근해 들어가는 학구성 등을 토대로 하여 위와 같은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동양철학 속에서 그 단서를 추출하여 몇 가지 제언해 보고자 한다.(이 제안은 나의 『21세기와 동양철학』이라는 논문에서 이미 언급한 것을 수정 보충한 것임)

2. 東西文化를 折衷相補한 ‘中庸文化’의 모색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동양문화를 이끌어 온 사상으로 상반된 두 가지 성질의 철학을 들 수 있다. 이는 마치 陰陽二氣가 交替消長하고 進退昇降을 循環反復하듯 東洋文化 자체의 형평과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 두 상반된 철학이란 곧 道家의 자연주의와 儒家의 인본주의이다. 유가의 인본주의는 자연으로 귀의하여 ‘無欲無爲’하는 도가의 소극적 인생관을 거부하고 지혜와 덕성을 갖춘 인간을 주체로 한 우주경영, 즉 인문세계의 창조에 매진하는 적극적 인생관을 추구했다. 그러나 유가의 이러한 적극적 인생관은 자칫 잘못하면 인간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을 불러 일으켜 그 성취의 노력이 자연을 정복하려는(戡天役物) 사상으로 나아갈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하여 도가의 자연주의가 바로 이러한 유가 인본주의의 극단적 추구에 제동을 걸면서 그 이상이 실현되지 못했을 때 맛보는 좌절과 허무를 달래고 위안해 주는 종교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동양은 비록 물질생활은 가난했지만 정서생활은 비교적 안정을 구가할 수 있었고, 또 비록 소극적 인생관으로 비추어질 여지도 있었지만 ‘安分’과 ‘知足’ 속에서 대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양심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인생을 영위해 올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물질생활의 유한함을 무한한 정신적 향유로 극복하는 슬기로운 인생관과 문화관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양의 슬기’는 19세기 중반 이후 일련의 서구문화, 곧 종교적인 원죄문화와 정치 군사적인 정복주의, 그리고 경제적인 제국주의 등과 부딪치면서 동요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동양문화는 서양의 그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안일하며 나약하고 무능한 것으로 매도되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기야 동양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전통문화를 부정하고 전반적인 서구화의 길로 치달았고, 그러한 전반적인 서구화의 결과 동양은 이제 ‘서구보다 더 서구화되어’ 스스로 자신들이 수천 년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슬기(文化傳統)를 버렸고, 오직 하나밖에 없는 삶의 터전(自然環境)을 죽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확히 이러한 몰골로 21세기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21세기는 동양의 시대’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그러한 환상보다는 빨리 그 환상으로부터 깨어나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고, 그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21세기는 우리가 이상으로 하는 동양적 ‘中庸文化’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가 그 건설의 문화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각성을 다져야 할 것이다.

다음에 그린 도표는 그러한 각성의 일환으로서 동양의 중용문화가 지니는 위상을 밝히기 위해 그것을 자연주의 및 과학주의와 비교하여 그 간략한 줄거리만을 설명한 것이다. 21세기의 문화설계를 위한 하나의 제언으로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이 그림에서 안의 작은 원은 ‘인간’의 한계점이고, 밖의 큰 원은 ‘자연’의 한계점이며, 중간에 점선으로 이루어진 원은 ‘인간과 자연의 和諧範圍’이다. 자연주의의 화살표는 ‘자연’을 기점으로 해서 안쪽으로 ‘인간’의 한계점까지 그어져 있는데, 이것은 자연 범위가 확대될수록 인위의 영역이 축소된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자연에 경도된 은둔문화가 나온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과학주의의 화살표는 ‘인간’을 기점으로 해서 밖으로 자연의 한계점까지 그어져 있다. 따라서 이것은 인위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전체 자연이 인위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여기서 정복주의 문화가 나온다. 한편, 인문주의의 화살표는 하나는 ‘인간’에서 ‘자연’쪽으로, 또 하나는 ‘자연’에서 ‘인간’쪽으로 그어져 중간점에서 서로 만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인위’와 ‘자연’의 조화로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중용문화를 말한다.

이제 21세기의 문화는 동양의 유가와 도가가 서로 견제하고 조장하면서 중용적 균형을 잡아 왔듯이, 서양의 역동문화와 동양의 안정문화를 서로 절충하고 보완해서 또 다른 ‘중용문화’를 설계하고 건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중용문화’란 이미 동양에서 이루어진(또는 이상으로 한) 기성품이 아니라 21세기에 동양과 서양이 서로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런 ‘중용문화’의 기조 위에서 앞에서 말한 우리가 부딪친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몇 가지 방안을 모색해 보면 다음과 같다.

- 5호에 계속 -


 g_home2.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