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3
남명문학의 현장 답사기

黃溪瀑布 1,
자연과 인간을 함께 사랑한 스승

鄭 羽 洛
(경북대 강사 )

합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33번 도로를 타고 진주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황강의 푸른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그 흐름 위로 南汀橋가 우뚝 서 있다. 남정교를 지나 우회전하면 1026번 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이 바로 황계폭포가 있는 용주면 황계리로 가는 길이다. 성산리, 용지리, 평산리, 장선리를 거치면 황계리가 나온다. 황계리는 합천에서 대략 12Km의 거리이다. ‘황계폭포’라는 표지판을 따라 조금 들어서면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있다. 이를 통해 문명에 찌든 사람들이 자주 찾는 승경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쓰레기 소각장과 화장실 등 야영을 위한 시설물이 보인다. 앞의 짐작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폭포는 신비하게 숲과 돌로 가려져 있었다. 숲을 지나면 넓다란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길이 나오고 그 옆으로 나있는 돌 비탈길을 오르면 폭포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서히 눈 앞에 나타난다. 이 폭포는 龜藏山에서 발원한 물이 험준한 계곡을 감돌아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필자가 이 곳을 방문 했을 때는 마침 겨울이어서 폭포의 물줄기는 얼어붙어 있었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얼어붙은 거대한 얼음 기둥 이었던 것이다. 마치 한 마리의 白鶴이 비상하기 위하여 발목에 힘을 모으고 있는 듯도 하고, 얼굴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유리알로 만든 무봉의 옷을 입고 사뿐히 서있는 듯도 했다. 선명한 겨울햇살이 그 학의 날개, 혹은 여인의 옷에 순백의 의지로 부딪히고 있었다. 그 곁에는 영롱한 무지개도 하나 떠 올랐다.

스승이 여기를 찾은 것은 언제였는지 모른다. 다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三嘉의 先塋에 장사를 지낸 45세에서 덕산의 山天齋로 들어간 61세 사이의 어느 날이 아닐까고 추측할 따름이다. 이 시기에 스승은 兎洞에 鷄伏堂과 雷龍亭을 지어 놓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평소 폭포를 보면서 기개를 길러오던터라 동료 혹은 제자들을 데리고 몇 번이나 탐방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스승은 저서 『남명집』에 황계폭포와 관련한 작품 2제 4수를 남기게 되었던 것이다. 「黃溪瀑布」2수와 「遊黃溪贈金敬夫」2수가 바로 그것이다. 앞의 작품이 황계폭포 자체로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한 것이라면, 뒤의 작품은 황계폭포 주변의 경치로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한 것이다. 우선 앞의 두 수로 스승의 의식세계를 더듬어 보도록 한다.

첫 번째 작품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게으른 계곡의 신과 부지런한 용왕과의 대비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계곡의 신(溪神)을 『道德經』에 보이는 谷神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노장적 세계에 경도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계곡과 관련된 것은 ‘골짝이(壑)’와‘암벽(石)’이라 할 것인데 구슬로 비유된 물은 조금도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내린다. 이것은 계곡의 신인 ‘계신’보다 물의 신인 ‘용왕’이 부지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왕은 물을 관장하는 신이다. 인간은 조금이라도 물을 멀리하여 살아갈 수 없으므로 예로부터 물에 대한 신앙으로 용왕을 섬겨왔다. 이것을 인식한 스승은 고착적인 계곡의 신을 부정하고 역동적인 물의 신에 눈길을 돌리면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물을 모두 실어가도록 허락한다고 했다. 그것도 아침에 만든 빛나는 ‘명월주’같은 물을 말이다.

두 번째 작품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포수로 인해 소멸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에서 바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스승은 생각했을 것이다. 구르던 돌이 만 섬의 옥으로 변한 것이라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그 힘과 그 넉넉함, 그리고 자연에의 탐구로 내일 아침엔 사람들의 의논이 그리 각박하진 않을 것이라고. 여기서 스승은 중요한 개념 둘을 떠올렸다. 4행에 보이는 ‘水石’과 ‘人’이 그것이다. ‘수석’은 자연에 다름 아니며, ‘인’은 인간에 다름 아니다. 스승은 항상 이 자연과 인간을 탐구하기 위하여 평생을 바쳤다. 이 같은 세계에 대한 태도는 황계폭포에 와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즉 자연을 감상하면서 인간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논의가 각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자연을 통해 인간의 정서가 순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승은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 앞에서 자신의 기개를 길렀을 것이다. 깍아지른 벼랑위에서 지축을 흔들며 떨어지는 그 물소리를 통해, 혹은 바위에 갇혀 출구를 찾는 그 웅장한 물소리를 통해서 말이다. 기개는 현실의 부조리와 조금도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서 혼탁한 시대와 부대끼며 우리에게 지성의 항거를 들려주었던 金洙暎 시인이 필자의 의식에 떠오른 것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었다. 그는 역겨운 현실에 대한 거부를 「폭포」라는 시를 통해 강하게 표명한 바 있다. 스승의 작품 「황계폭포」가 현실과 일정한 맥을 대고 있다는 데서 함께 두고 읽어보는 것 또한 자못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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