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現代的 南冥精神의
求是를 위하여

李  商  元
(本院 硏究委員)

1. 南冥精神의 회고와 반성

오늘날 남명은 화석화된 爲人의 너머에 있어야 한다. 한 시대의 偉人으로서 當代를 살다간 고색창연한 옛길의 연장선 위에서 그 精神을 찾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道程에 밝은 불빛을 비추어야 한다. 南冥은 時代精神이 죽어 尸童의 어깨 위에 걸쳐 있음을 깨우치며 韓國知性史에 우뚝한 師表로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화석의 더미 위에서 깊은 기지개를 켜고 南冥學을 活人相生하는 時代精神으로 되살려 내어야 하는 所以가 여기 있다. 당시의 事情으로 폄하되고 굴절된 남명의 참모습은 근래에 여러 각도에서 再照明되고 심층적인 접근을 통하여 조금씩 두꺼운 각질층을 벗고 日月과도 같이 눈부신 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南冥은 安存하는 閉塞된 분위기에 의하여 한편으로 그 전모를 드러내기 두려워하거나, 다른 한편으로 退行的 尊位의 무조건적인 맹신으로 다양한 접근 방법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 겸허하게 反省해 보아야 한다.

南冥은 어지러운 時代마다 이 땅에 숨쉬고 살아가는 民草와 더불어 永劫을 함께 하는 時代精神으로 活火山처럼 분출하고 內燃하는 風向計이며 동시에 社會의 體溫計이다. 시대의 케케묵은 골동의 유산이 아니라 진정 오늘날에도 살아 계시며 우리들을 향하여 크게 꾸짖고 계시지나 않은지 反省하며 그 도저한 정신을 되살려 肉化시키고 外延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 믿는다.

先生의 精神을 일러 敬·義로 요약할 진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이를 要約하여 踐履의 한 걸음이라도 제대로 디뎌 본 바가 있는가, 先生의 精神이 이 시대 우리들의 악세서리 쯤으로, 혹은 爲人之器의 汚物로 떨어진 바는 없는가 참으로 反躬하여 省察해 보아야 한다.

오늘 歷史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된 선생의 精神을 되새겨, 爲民과 爲己의 두 축을 根幹으로 活人相生의 터전을 이 땅에 마련해야 한다. 한 세기를 넘어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이제 거대한 아노미의 소용돌이 속에서 南冥精神을 더욱 深層索隱하여야 한다. 그 정신은 오늘의 혼돈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돌파구가 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열린 시대정신으로서 南冥은 當代 뿐만 아니라 오늘과 더불어 미래로까지 끊임없이 啓發하고 일으켜 세워야 할 한국학의 큰 기둥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南冥의 精神世界는 열린 세계의 自由知性이었다. 얽매이지 않고 시대를 向導하는 山林의 巨木이었으므로 그의 博學要約된 학문세계는 당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의 死後, 壬辰年 倭亂에서 求國과 爲民의 실천적 行動은 門人들의 義兵抗爭으로써 여실히 증명되고도 남은 바가 있다. 그는 당시에 닫힌 性理學의 문을 활짝 열고 열린 세계를 향하여 篤實하게 나아감으로써 낡은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었다.

南冥의 文集 속에 용해되어 있는 文學의 일부로 그 精神을 온전히 되살려 내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그 이상의 無碍로운 세계에서 노닐던 보기 드문 自由知性의 行動하는 哲人이었다. 오늘날 韓國學 분야의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음은 周知하는 바이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도제식의 師承관계에 얽매여서는 새로운 硏究成果가 나올 수 없으며, 기득한 보수적 연구태도로는 새로운 열린 新世界를 항해하는 데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명이 그러했던 것처럼 열린 눈으로 열린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南冥學은 강인한 生命力으로 實事求是의 길을 오롯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南冥學이 世紀末의 길목에서 새로운 變容으로 거듭나야만 한국학의 地平에 새로운 活路를 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날 自然科學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은 불과 일년이 채 못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학은 깊은 잠에 빠져 化石으로 남아 있는 書架위에서 지리한 찌꺼기를 찾아내어 음울한 미소를 띄고 있지나 않은지 한 번 살펴보아야 하겠다.

이제 南冥學은 총체적인 다양한 접근을 통하여 시급한 시대의 아픔과 요구에 대답할 수 있는 求是의 學問으로 거듭나야 한다. 南冥이 當代에 救世의 올곧은 千石鍾의 소리를 찌렁찌렁 울리신 바와 같이 시대의 질곡에서 벗어나 찬연한 惺惺의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南冥學은 現代的 活路를 모색해야만 한다. 오늘 썩은 政治와 道義를 바로잡기 위하여 南冥의 時代精神인 破邪顯正의 敬義刀를 높이 치켜들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希望과 勇氣를 주는 求是의 學問으로 우뚝서야 한다. 知性은 끊임없이 자신을 태워서 주위를 비출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울 때 침묵하고 죽음을 두려워 할 때 이미 그 지성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겉으로 꾸민 사이비일 뿐이다. 南冥의 爲民精神은 君王의 뱃머리를 白頭로서 받아낸 실천적 知性의 구현이었기에 오늘 유약한 韓國의 知性들에게 새로운 길잡이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그 意義는 至大하리라고 믿는다.

적어도 유교維新의 첫걸음은 是를 是로 非를 非로써 온몸과 정신으로 받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南冥學은 現代的 유교유신의 기틀로서 새로운 座標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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